4년 만에 찾아온 윤일(2월29일)과 3년 만에 찾아온 윤달(양력 3월21일∼4월18일)을 앞두고 업종별로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윤일과 윤달에 '해서는 안될 일'과 '해두면 좋은 일'에 대한 속설이 퍼지면서 출산, 결혼 등을 미루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호텔·병원·여행업계 등은 울상을 짓고 있다. 반면 무속인들과 수의(壽衣) 업계는 몇 년 만에 찾아온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자녀에게 4년에 한번 생일을 맞이해야 하는 '비극'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윤일은 산모들에게 가장 기피하는 출산일로 꼽힌다. 또 이날 태어난 아이는 3월생 아이들보다 1년 먼저 학교를 들어가게 된다는 점도 윤일 출산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산부인과 병원들은 2월29일 전후로 출산일이 예정된 산모와 가족들로부터 "윤일 만은 피해달라"는 부탁에 아예 수술 일정을 잡지 않거나 변경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 P산부인과 간호과장 K씨는 "출산일을 선택할 수 있는 제왕절개 환자들은 29일을 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윤달에 집안행사를 치르면 안 좋다'는 속설 때문에 결혼식 환갑연 고희연 등을 앞당겨 치르거나 아예 멀찌감치 뒤로 미루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 B웨딩센터는 "윤달이 낀 3∼4월 예약률이 예년의 60% 수준도 되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호텔업계측은 "속설과 달리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윤달은 오히려 행사를 치르기 좋은 길일"이라며 '윤달 바로 알리기'에 나섰고, W호텔은 각종 잔치를 치를 때 종합건강검진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윤달 속설' 앞에 맥을 못추고 있다.
반면 '윤달에 수의를 사 놓으면 장수한다'는 말 때문에 수의 판매상들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A수의업체 김모(41)사장은 "평소에 비해 주문량이 2∼3배 이상 몰리고 있으며 고가 제품을 선뜻 사가는 이들도 많다"고 즐거워 했다. H홈쇼핑 등 유통업계도 '윤달 특수'에 맞춰 수의 특별판매전을 준비하고 있다.
무속인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이 기간에 산에서 제(祭)를 올려야 신내림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져 산을 찾는 무속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무속인들에게는 '영산'으로 통하는 계룡산 관리사무소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무속인들이 산제를 올리다 자칫 산불이라도 낼까 봐 사무소측은 암자 50여곳에 인화성 물질을 치워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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