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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후배들에 작은빛 됐으면…"/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씨 숙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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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후배들에 작은빛 됐으면…"/시각장애 피아니스트 김예지씨 숙대 졸업

입력
2004.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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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남들에게 나눠주어야 할 때라는 생각에 각오가 새롭습니다."25일 숙명여대 음대를 졸업하는 피아노 전공 시각장애인 김예지(23·여)씨. 김씨는 "시각장애자로 공부하면서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고 회고하며 "시각장애인 후배들에게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을 가르치기 위해 교육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시력을 잃은 것은 갓난아기 시절인 2세 때. 열이 많이 나는 날이 반복되더니 언제부터인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일이 잦았고 그 이후 영영 시각장애인으로 남게 됐다고 한다. 김씨는 서울맹학교에서 초·중·고교 과정을 보낸 뒤 고교 2학년 때 피아노를 선택했고, 1년 재수를 거쳐 숙명여대에 입학했다.

그는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어울려 중·고교 시절을 보냈기에 그간의 학창시절은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다른 학생들과 경쟁을 하면서부터 비로서 장애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 장애와의 진짜 싸움에 들어갔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녹음해 집에 가서 듣고 이를 정리하는 데에도 꼬박 하루가 걸렸다. 복습만 하기에도 벅차 밤을 지새며 피아노와 씨름을 한 날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일 중 하나가 음악관련 점자 책이나 악보를 구하는 일이었다. 사방에 이를 부탁해 간신히 손에 쥐게 되면 그때부터 남보다 뒤늦게 연주 연습에 들어갔고 그러다 보니 다른 학생에 비해 항상 출발이 늦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씨는 그런 어려움을 남보다 10배 이상의 노력으로 헤쳐나갔다. 이 같은 땀방울의 결실은 각종 경연대회 수상으로 맺어졌다. 지도교수 이혜전 교수와 가족의 지지 아래 피아노에 매진한 그는 2001년부터 월진회 등 각종 콩쿠르를 휩쓸었고, 지난해 10월에는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바이올린·피아노·첼로의 3중 협주곡을 무대에서 공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졸업식날 대통령이 주는 '21세기를 이끌 우수인재상'을 수상해 두 배의 기쁨을 안게 되는 김씨는 "홀로 빛나는 것보다는 모두가 잘되는 삶을 살고 싶다"며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도 좋은 실력을 갖춘 연주자로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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