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개월 때 처음 감기를 앓기 시작하더니 아무리 감기약을 먹여도 떨어지지 않아요."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요즘 가장 발병이 잦은 영아의 호흡기 질환이 모세기관지염. 특히 올해는 일찌감치 황사가 날려 더욱 위험하다. 처음엔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부모들이 으레 감기가 시작됐구나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계속 감기시럽만 먹이고 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감기약에는 가래나 기침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는데 기도의 윗부분에 효과가 있을 뿐 기도의 아랫부분인 세기관지에는 잘 듣지 않기 때문. 효과도 없이 약만 먹이는 셈이다.
모세기관지염은 감기보다는 심각한 질병이어서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모세기관지염은 기관지와 폐를 이어주는 모세기관지에 바이러스가 감염돼 붓고 염증이 생겨 호흡이 곤란해지는 병. 처음엔 콧물이 나는 등 감기증상이 나타나다가 2∼3일이 지나면 호흡곤란이 심해진다. 심하면 저산소증을 일으켜 인공 산소공급이 필요하다. 모세기관지염 환자의 1%는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른다. 어느 연령에나 감염은 되지만 이처럼 호흡에 문제가 되는 것은 모세기관지가 좁은 18개월 이전의 아이들이다.
때문에 18개월 이하의 아이가 감기 증상을 보이면 부모는 호흡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숨을 쉴 때 쌕쌕 하는 휘파람 소리가 들리거나, 호흡이 1초에 50회 이상이거나, 코를 벌름벌름거리나, 숨을 쉴 때 가슴이 쑥 들어가는 것이 보이면 기관지가 좁아져 호흡이 곤란하다는 것이다.
증상을 완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치료는 네뷸라이저로 항염제나 기관지 확장제를 투입하는 것이다. 네뷸라이저는 약 성분을 마스크를 통해 코와 입으로 흡입하는 것으로 미세한 약 성분이 모세기관지까지 직접 도달하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이다. 진정제는 오히려 호흡을 중단시켜 위험하며 항생제는 불필요하다. 집에서는 등을 두드려 가래가 떨어지게 하고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해 점막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가습기는 습도를 높여주는 데 좋기는 하지만 아기에게 너무 가까이 틀어놓지 않도록 한다.
흔히 부모들이 혼동하는 또 다른 질병은 천식. 예전엔 모세기관지염은 돌 전, 천식은 돌 이후 발병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구분했지만 지금은 천식인 사람이 영아일 때 모세기관지염을 자주 앓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의들은 모세기관지염 환자의 20∼30%는 천식인 것으로 추정한다. 모세기관지염이 3, 4차례 이상 재발하거나, 아토피 피부염 같은 다른 알레르기질환이 있거나, 알레르기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천식을 확진하는 검사는 불가능하지만 혈액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진단이 가능하다. 이 경우에도 치료는 같으며 천식에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를 병용할 수 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도움말=서울대병원 소아과 고영률 교수·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김진택 교수>도움말=서울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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