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러시아와 한국 TV에서는 북한에 대한 프로그램이 자주 방송된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만 해도 북한과 관계가 아주 좋았고 인적 교류도 활발했다. 내가 근무했던 노보시비르스크 시베리아 고고민족학 연구소의 40대 이상 교수들 치고 북한에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우리 부모님도 북한 만화영화 '홍길동'이나 '춘향전'을 기억할 정도다.하지만 개방 이후 러시아 사람들에게 북한은 너무나도 먼 나라가 되었다. 요즘 러시아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아는 것은 김일성, 김정일, 평양, 백두산, 주체사상 등뿐이다. 100년 전통을 지닌 러시아의 한국학계도 이제는 북한말이 아니라 남한말을 공부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러시아 사람들에게 북한은 무언가 신비롭고 매력적인 땅으로 여겨진다.
나도 러시아에서 한국학을 공부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언젠가 시베리아에서 우중충한 옷을 똑같이 입은 북한 유학생들을 본 것과 연구소에서 내부 공사를 하던 북한 인부들을 본 것이 전부다. 북한에 대해서는 오히려 한국에 와서 더 많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북한말은 잘 알아듣기 어렵고 TV로 보는 북한의 거리풍경이나 어두운 사람들의 얼굴은 서구적인 얼굴의 남한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오죽하면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된 러시아 친구가 인기 드라마 '대장금'을 보고 왜 사극에 혼혈아가 그렇게 많으냐고 할 정도다. 하지만 서구화의 물결이 침투하지 않은 북한은 한국보다 더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꽤 흥미롭고 때묻지 않은 자연 풍경도 매력적이다. 솔직히, 내게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아닌가 할 정도이다.
하지만 분단된 지 60년이 다 되어 가도 남북한 사람들은 통일을 열망한다. 그 모습에서 끈끈한 민족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산가족은 요즘 러시아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에트연방에서 15개의 공화국으로 분리되면서 이산가족이 많이 생겼고 각 나라의 러시아인과 현지인들 사이가 안 좋기 때문이다.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들은 타의로 분단돼 지금까지 합치려고 애쓰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좀 배웠으면 좋겠다. 자의든 타의든 나라의 분리는 국민의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아나스타샤 수보티나 러시아인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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