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거행된 이란 총선이 예상대로 보수파의 압승으로 끝났다.이로써 지난 4년간 '신정(神政)국가' 이란에서 진행됐던 개혁파의 의회 정치실험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총선 과정에서 고조된 보·혁 갈등 및 개혁 후퇴를 우려하는 여론에 따라 당분간 정국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으며, 22일 개표 결과를 둘러싸고 경찰과 개혁파 시민이 충돌해 8명이 숨지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 내무부는 전체 290석 중 194석에서 당선자가 가려진 가운데 이중 133석이 강경 보수파에게 돌아갔다고 중간 집계 결과를 발표했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보수파가 전체 30석 중 20석 이상을 가져갔다. 지난 총선에서 210석을 차지했던 개혁파는 37석에 그쳤으며, 최대60∼100석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13명이었던 여성 의원도 모두 사라졌다.
관심이 집중됐던 투표율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저인 50.6%로 집계됐다. 지난 2000년 총선 때의 67.4%보다 16.8% 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특히 수도 테헤란의 투표율은 고작 28%에 그쳤다. 출마 금지 등 노골적 방해를 받은 개혁파가 투표 포기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혁파는 '보수파의 의회 탈환'을 인정하면서도 "진정한 패자는 보수파"라며 국민들이 개혁파의 손을 들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50.6%의 투표율은 개혁파의 예상보다 높은 것이며, 보수파가 투표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수치라고 BBC는 지적했다.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보수파는 투표 시간을 4시간이나 연장하며 투표를 독려한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메네이는 "완전히 자유롭고 합법적인 선거"라며 "미국과 이스라엘 시오니즘에 대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총선 승리로 보수파는 군, 사법부에 이어 의회마저 장악하게 됐다. 개혁파 수장으로서 의회가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고, 7년간 추진한 언론 자유 확대, 이슬람 율법 규제 완화 등의 개혁 정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보수파라도 개혁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비관적인 전망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새 의회가 개혁 성향의 장관들에 대해 해임안을 통과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혁파의 퇴진은 또한 이란과 같은 종파인 시아파가 득세하고 있는 이라크, 이란 핵 문제 등 국제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총선에 앞서 '부당한 선거 과정'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했다.
22일 이란 남부 피로우자바드에서는 재검표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 폭동으로 번지면서 시민 3명과 경찰 1명이 숨졌다. 서남부 쿠제스탄 지방에서도 투표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모두 4명이 숨졌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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