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학생들이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려 충격을 줬던 '왕따 동영상' 사건과 관련, 사건이 발생한 경남 창원시 B중학교 윤모(60) 교장이 자살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창원서부경찰서는 22일 오후 7시 15분께 창원시 명서동 자신의 집에서 흉기로 자해, 신음중인 윤 교장을 부인 김모(58)씨가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옮기던 중 출혈 과다로 숨졌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남편이 담배 심부름을 시켜 나갔다 와 보니 흉기로 왼쪽 가슴을 찌른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윤 교장이 왕따 동영상과 관련해 지난 20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미루어 이번 사태에 대한 심적 부담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윤 교장의 방에서는 "괴롭다, 수습을 해야 할텐데…"라고 쓴 메모가 발견됐다.
윤 교장은 이날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달리 오전 6시30분께 출근, 교장실과 서무실 등에서 소송을 대비한 듯 법전을 뒤적이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3시간 뒤인 오전 9시30분께 학교를 떠난 것으로알려졌다. B중학교 직원 김모씨는 "윤 교장이 안쓰러워 '왜 그렇게(사직서 제출) 하셨습니까'라고 위로하기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왕따 동영상은 11일 촬영돼 16분 길이의 동영상 2편으로 지난 14일 인터넷에 게재된 후 경찰 조사까지 이어졌다. 특히 20일에는 동영상 중 일부가 수업 시간에 교사가 보는 앞에서 촬영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동영상 공개 직후 "장난으로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수습에 초점을 맞췄던 경남도교육청도 20일 동영상에 교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되자 "지금까지 창원교육청에서 조사를 해왔으나 수업시간에 촬영됐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다"며 자체조사단을 구성, 윤 교장 등을 조사해 왔다. 고영진 교육감도 "도교육청의 조사에서 수업시간 촬영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자를 엄중문책하고 조사결과를 거짓 작성한 창원교육청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한 바 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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