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영화제를 통해 일약 '신데렐라'로 떠오른 독일의 무명배우가 이 영화제로 인해 가족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쫓기는 비참한 신세가 되어 독일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22일 독일의 일간지 함부르거 모르겐 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폐막한 제54회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벽을 향해'에서 주연한 여배우 지벨 케킬리(23)가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아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터키계 이민자인 케킬리는 영화제 수상 이후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었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 하드코어 포르노 영화 네 편에 출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곧 파문에 휩싸였다. 이후 시중에서는 케킬리가 출연했던 포르노 비디오 테이프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는 등 모든 관심이 베를린 영화제 수상 사실 보다 포르노 출연 경력에 집중되었다. 황색 언론들은 연일 케킬리의 주변 인물들을 찾아 다니며 시시콜콜한 과거사 밝히기에 나섰다.
독실한 이슬람 교도인 케킬리의 부모와 친척들이 충격을 받은 것도 당연한 일. 에센시청 청소과 임시 사무직원으로 일하는 줄로만 알았던 딸이 누드 장면이 많은 영화에 출연해 신인답지 않은 능숙한 베드신 연기를 보였다는 평을 받은 것도 달갑지 않았던 터에, 숨은 과거가 터져 나오자 더 이상 터키 이민자 사회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게 된 것. 이에 가족과 친지들은 남자 친구와 동거하는 케킬리를 찾아내 가문의 이름을 더럽힌 죄를 물어 이슬람식으로 처단하기로 결정했다. 케킬리의 아버지는"가족들의 모욕감이 너무나 크다. 모두를 속인 딸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다시는 딸을 보지 않겠다"며 분노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케킬리는 경찰에 보호를 요청, 몰래 함부르크를 빠져 나와 현재 독일 내 모처에 은신하고 있다. 포르노 영화 출연 사실을 시인하면서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던 케킬리는 가족에게 신변의 위협을 당하자 충격을 받고 더 이상 독일에서 살 수 없다며 망명 신청까지 고려 중이다.
한편 파문이 계속되자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선정적 보도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디터 코슬릭 베를린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이는 재능 있는 한 여배우의 앞날을 망치는 야비한 공격"이라고 비판하며 "나는 케킬리에 대해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하지 않는다"며 즉각 지원사격에 나섰다. 터키 이민 2세인 파티 아킨스 감독도 "촬영 초반 포르노 영화 출연 사실을 알았으나 케킬리의 연기력을 믿고 제작을 진행했다"며 "영화제 수상이라는 경사가 이런 황당한 결과를 낳을지 상상도 못했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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