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ing)에 나선다.사회책임투자란 수익성만을 따지지 않고 교회윤리나 종교 신념, 도덕적 원칙 등에 따라 교회 자산을 운용하는 것. 이같은 기준에 의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무기 및 담배를 생산하거나 도박·유전자조작·낙태 등과 관련한 기업 등은 배제하고 대신 인권이나 환경, 지역사회 공헌도 등이 높은 기업에 선별적으로 투자하게 된다. 이를 통해 건전한 기업윤리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SRI펀드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미국에서는 가톨릭이 교구 재산의 30% 이상을 투자할 정도로 활발하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담당 김운회 주교)는 최근 김운회 주교와 사제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업책임을 위한 시민연대'(이사장 함세웅 신부)와 CJ제일투자증권 관계자들을 초청해 교구청 대회의실에서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나누었다.
사제들은 이 자리에서 이 운동이 교회 자산의 효율적 운용을 통한 수익성 제고와 윤리경영 기업 지원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기업책임을 위한 시민연대'와 CJ제일투자증권이 국내 최초의 SRI펀드인 '사회책임투자MMF'를 발매했고 가톨릭 관련기관이 4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기업책임을 위한 시민연대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 정도 규모로는 사회책임투자의 취지를 살리는 데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영옥 사무처장은 "수익성도 올리고 건전한 경영도 유도하려면 투자 규모가 1,000억원은 넘어야 한다"며 '몸집 키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 평가도 쉽지 않은 문제다. 기업의 재무구조 평가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사회공헌도 평가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확하고도 객관적인 사회 공헌도 평가가 뒤따라야 하는데 이 작업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회책임투자는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신교, 불교 등 타 종교가 큰 관심을 보여 범종교 차원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는데다 은행연합회 등 금융권 역시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 장영옥 처장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취지에 동의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