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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화처럼 재미있는 인류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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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화처럼 재미있는 인류의 발자취

입력
200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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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세계사 역사사랑 지음 을파소 발행·1만원세계역사 이야기1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이계정 옮김 꼬마이실 발행·1만6,000원

옛날 한 왕이 지혜로운 신하를 찾고 있었다. 왕은 신하들을 불러놓고 바닥에 금을 하나 그었다. "누구든 금을 지우지 말고 짧게 만들어보시오." 한 신하가 불쑥 나아가 간단히 처리했다. 고개를 끄덕거린 왕은 이번에는 그 신하를 둘러싼 원을 그리고 말했다. "너는 원 안에 있어도 죽고, 원 밖에 있어도 죽는다. 어떻게 해야 살 수 있겠느냐." 이번에도 신하는 가볍게 해결했다. 첫번째 문제의 답은 왕이 그은 금 옆에 더 긴 금을 그어 왕이 그은 금을 짧은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 두번째 문제에서 신하는 왕이 그린 원을 지워버렸다. 안과 밖을 나누는 기준을 지우면서 안팎의 의미가 없어진 것이다.

'생각하는 세계사'와 '세계역사 이야기'는 이런 방식으로 인류가 살아온 역사와 옛 사람들이 남긴 지혜를, 할머니가 옛날 얘기하듯 들려준다. 고려대 역사교육과 출신의 현직 교사 6명이 쓴 '생각하는…'은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세계사를 과학적 기법으로 접근했다면, 홈 스쿨링(Home Schooling)의 선도자인 수잔 바우어의 역작 '세계 역사…'는 민담, 전설을 섞어 역사 동화책처럼 만들었다.

'생각하는…'에서는 고대사를 일단 4가지 주제로 분류하고 20개의 장면을 골라 이야기를 풀어간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생각'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 '신기하고 놀라운 고대 사건들' '함께 사는 세상' 등의 주제에 따라 역사적 인물과 사건 등이 골라졌다. 고대와 현대를 오가는 해설을 읽고 익살맞은 퀴즈를 풀다 보면, 역사지식과 교훈이 쏙쏙 들어온다. "노예는 말하는 도구"(플라톤) "노예는 생명이 있는 재산"(아리스토텔레스)이라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와 인종차별과 종교탄압에 저항했던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삶을 소개하면서 노예제도와 오늘날의 인종차별을 비교한다.

'세계역사…'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을 수 있도록 구어체의 문장으로 술술 써내려 갔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건설과정이나 메소포타미아 도시국가를 통일한 아카드 제국 사르곤 왕의 삶, 중국 진시황 무덤의 수수께끼 등이 한 편의 짧은 동화처럼 펼쳐진다. 고대 아프리카의 모습과 로마의 흥망, 불가사의한 고대문명, 인도 힌두교 신들도 훌륭한 이야깃거리이다. 역사적 사실의 복잡한 나열이나 연대를 제시하는 대신 한 가지 사실을 택해 당시의 일상을 눈앞에 지켜보듯이 구성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역사에서 배우지 않는 자는 역사가 징벌한다'는 말로 역사 공부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과거와 현재, 역사와 내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같이 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둘 다 시리즈 중 '고대사' 편으로, 앞으로 나올 '중세' '근대' 편이 기다려진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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