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의 전사 로즈마리 서트클리프 글·찰스 키핑 그림 이지연 옮김·비룡소 발행
활과 창을 무기로 자신과 부족을 방어하고 먹을 것을 구해야 하던 기원전 900년, 아직 청동기시대이던 영국의 한 부족사회에서 한 소년이 성인으로 인정받으려면 거쳐야 할 의례가 있었다. 열두 살부터 삼 년 동안 집을 떠나 '소년의 집'에 들어가 창과 칼을 쓰는 법과 개와 말을 다루는 방법을 익히고 사냥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고 고통을 참아낼 수 있는 강한 전사로 만들어지고 마지막 통과의례로 혼자 늑대를 잡아야 한다.
자신도 전사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주인공 드렘, 그는 아홉 살 되던 어느 날 할아버지의 냉소적인 말을 엿듣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 눈뜨게 된다. 오른팔에 장애가 있어 활을 쏠 수 없었던 것이다. 수렵시대에 한 쪽 팔을 쓸 수 없으면 전사가 될 수 없고 그것은 자신의 부족사회에서 그가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때의 아홉 살은 지금의 십대 중반은 되리라. 처절하게 절망한 드렘은 무작정 숲 속으로 도망쳐 끝없이 달린다. 어디에도 탈출구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드렘은 탤로어라는 스승을 만나 자기만의 길을 발견한다. 그 역시도 외팔이였던 탤로어는 드렘에게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은 귀담아 듣지 마. 길은 있게 마련이야. 돌아가는 길, 질러가는 길 그리고 넘어서 가는 길도 있지. 양 손으로 활을 당길 수 없다면 투창을 배우면 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걸 적들이나 형제들도 잊어버릴 만큼 솜씨를 닦는 거다."
여섯 해 동안의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 끝에 드디어 그가 늑대와 대결할 차례가 된 날, 그는 '자기의 늑대'를 잡는 과업에 실패하고 만다. 비웃는 할아버지와 눈물 흘리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드렘은 부족을 떠나 양 치는 피정복 이방인에게로 떠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길을.
하지만 드렘은 자신의 시련을 이겨내고 결국 멋지게 전사의 상징인 '진홍빛 옷'을 입는다.
요즘 아이들이 잡아야 할 '늑대'는 무엇일까. 고등학생 아들은 뻔한 결론을 두고 이젠 말로도 부족하여 책까지 읽으라 하느냐고 불만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러나 엄마는 그것이 '대학'이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그리고 곧장 가든 돌아가든 한 번은 도달하고 넘어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거다. 아니, 그보다 드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늑대'를 잡으러 가는 그 길에서 진정으로 극복해야 할 것은 혼자 가야 하는 외로움과 자기 마음속의 두려움이라는 걸 느끼기를 바라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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