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발표한 한나라당의 이인제 의원 매수 사건은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철새 의원 이적료 파문에 이어 도덕적으로 한나라당에 치명타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야당에 의한 매수 공작으로서 정치권의 추악한 면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점에서 한나라당 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한나라당은 20일 오후 검찰 발표가 전해지자 충격과 당혹감에 휩싸였다. 의원들은 "도대체 어디가 끝이냐"며 탄식을 쏟아냈다. 당직자들은 "부끄러워 도저히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고 했다. "도대체 김영일 전 총장이 검찰에서 어디까지 부는 거냐"며 출구조사 전면 확대에 대한 곤혹감도 표출됐다. 대선자금 용처의 핵심 사항을 알고 있을 김 전 총장이 어떤 의도로 이토록 민감한 부분을 털어놓았는지 배경을 궁금해 하는 이들도 많았다. 최병렬 대표가 이 같은 내용을 미리 알고 17일 관훈토론회에서 이회창 전 총재와의 절연을 선언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부끄러워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권영세 의원은 "국민도 한나라당에 대해 이제 더 절망할 일도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 의원은 "이래서 정치개혁이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탄식했다.
일부에선 검찰의 출구조사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검찰이 조직적으로 한나라당을 공략하는 정치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배용수 부대변인도 "검찰이 아주 치사하고 잔인하다"며 흥분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옥인동 자택에서 측근들로부터 검찰 발표를 전화로 보고 받았으나 "알았다"는 짧은 답변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 측근은 "2002년 12월초라면 이 전 총재가 선거운동에 사력을 다할 때"라며 "특히 돈 문제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이 전 총재로서는 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이 전 총재로 향하는 의혹을 서둘러 차단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적료에 이어 이런 것까지 속속들이 다 불고 있는 김영일 전 사무총장의 태도는 상도의에 어긋난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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