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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사제의 情은 잊었다"/삼성화재 신치용―LG화재 신영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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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사제의 情은 잊었다"/삼성화재 신치용―LG화재 신영철 감독

입력
200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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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장·단점을 훤히 꿰고 있어 힘겨운 승부가 예상된다."(삼성화재 신치용감독)"이왕 팀을 옮겼으니 반드시 삼성화재를 꺾고 싶다."(LG화재 신영철 감독).

22일부터 8일간 대전에서 펼쳐지는 배구 KT@G V―투어 2004 5차 대회는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17년 동안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이 적으로 맞붙기 때문이다.

LG화재는 지난 17일 삼성화재 신영철 코치를 감독으로 전격 영입, '타도 삼성화재'의 기치를 다시 뽑아 들었다. 이 같은 승부수가 66연승 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삼성화재를 무너뜨릴 수 있을지 배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LG화재 신영철 감독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과는 17년간 사제 관계로 지내온 사이다. 한국전력 선수시절엔 신치용 감독을 코치로 모셨고, 신치용 감독이 1996년 삼성화재 창단 감독으로 옮길 때 신영철을 코치로 데려와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눈 빛만 봐도 통할 정도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엄한 법. 이제는 스승에게서 전수 받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로 그 스승과 친정 팀을 향해 칼날을 겨눠야 한다. 팀 훈련 재개 및 선수 면담 등에 여념이 없는 신영철 감독은 20일 "LG화재는 높이와 좌우 날개공격에 장점이 있는 만큼 수비와 기본기를 보강해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 고 다짐했다. 신 감독은 삼성화재에 대해 "공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고, 선수들의 승부근성이 뛰어난 흠잡을 데 없는 팀"이라며 "그렇지만 한번 부담 없이 부딪쳐 볼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상황이 이렇자 삼성화재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선 선수들의 장·단점과 팀 전술, 심지어 사인까지 파악하고 있는 적장을 만나게 됐기 때문에 모든 것을 새로 짜야 한다. 더욱이 LG화재는 주포들의 높이가 삼성보다 평균 5㎝나 커 위협적이다.

이 때문에 한때 혈압이 올라 병원진료까지 받았던 신치용 감독은 새로운 전술을 도입하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시즌 중 코칭스태프를 빼간 LG화재를 실력으로 응징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신치용 감독은 "우리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신영철 감독 때문에 고생길에 접어들게 됐다"며 몹시 신경이 쓰이는 눈치다. 신 감독은 "장병철과 이형두 쌍포를 내세우는 등 베스트 멤버를 총가동하고, 몸상태가 완전치 않은 신진식과 김세진은 조커로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팀은 26일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

한편 5차 투어에서는 1∼4차 투어 우승팀인 삼성화재(승점 32점)와 현대캐피탈(승점 11점)이 사실상 4강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남은 2장의 티켓을 놓고 대한항공(승점 9점) 상무(승점 8점) LG화재(승점 7점) 한국전력공사(승점 5점)가 치열한 각축을 벌인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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