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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정비등 실습경험 부족… 교통신호 시스템 아직 불안정/"고속철 4월 전면운행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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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정비등 실습경험 부족… 교통신호 시스템 아직 불안정/"고속철 4월 전면운행은 무리"

입력
200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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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기술이전과 운영 자문을 담당하는 프랑스 기술진이 운행 편수를 현재 계획보다 줄이지 않으면 경부·호남 고속철도 4월1일 개통은 무리라는 의견을 철도청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철도청 방침대로 개통과 동시에 고속열차 전 차량을 투입할 경우 운전·정비역량 등이 미흡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속철도 운전·정비기술 이전 등 업무를 맡고 있는 프랑스 알스톰사의 국내 자회사 유코레일 관계자는 20일 "한국고속철도(KTX)가 예정대로 4월 개통될 경우 운전·정비기술 미숙련 등으로 문제가 우려된다"며 "처음부터 보유차량 46편(1편 20량)을 전량 투입하는 것을 전제로 운행일정을 짜는 것은 욕심이므로 초기에는 30편 정도로 시작해야 할 것임을 최근 철도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그는 "프랑스국립철도(SNCF) 자문단도 같은 입장을 철도청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SNCF는 고속철도 운행 전반의 기술자문을 위해 파견된 프랑스 전문 기술진이다.

유코레일과 SNCF 기술진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운전·정비기술 교육은 유코레일이 만든 매뉴얼 이론교육과 시뮬레이션에 주로 의존했고, 실습경험은 부족하다. 고속철도건설공단과 철도청의 고속철도 운영권 마찰이 장기화하면서 차량 및 시설 이전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양차량정비창의 경우 전체 정비인력 360명 가운데 340명이 지난해 9월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된 철도청 소속 정비사들이다. 신참들은 기계를 만진 경험이 부족해 정비의 질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유코레일 등의 우려다.

이들은 호남 고속철도가 중간에 추가됨에 따라 기존선로 활용 구간이 당초 5% 미만에서 40%대로 늘어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유코레일 관계자는 "일반선로 비율이 늘어난 만큼 기존 열차와의 운행비율 조정과, 그에 따른 교통신호 시스템 안정화에 더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고속철도를 시운전중인 기관사들도 운전 및 정비의 품질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한 기관사(경력 15년)는 "시운전 도중 6개의 엔진 가운데 1, 2개가 멈추는 등의 정비 불량을 자주 경험한다"며 "현재 시운전량이 계획량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데, 이 역시 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못해 차량이 출고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고속철도 노조 관계자는 "전기차(고속철도)와 디젤차(기존열차)는 검수원리나 방식이 판이해 고참 경력자들도 애를 먹고 있다"며 "기관사들은 경험부족과 단독운행에 따르는 중압감, 정비 불안까지 3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잦은 시승행사로 교육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철도청은 1월 이후 시승·홍보행사 등으로 현재까지 56차례에 걸쳐 고속열차를 투입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은 홍보보다 운전·정비인력 교육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철도청의 고속철도 4월 개통 방안을 둘러싸고 그동안 총선용이라는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유코레일과 SNCF측은 "총선용 여부는 판단할 입장에 있지 않다"며 "그러나 기술적으로 본다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철도청은 "SNCF 등으로부터 운행편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권고를 받은 바 없고, 교육도 정예요원을 선발해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충분히 이뤄져 왔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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