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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영장으로 본 정황/金, 돈 박스 2개 받아 1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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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영장으로 본 정황/金, 돈 박스 2개 받아 1개 전달

입력
200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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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이인제 의원측에 5억원을 제공한 것은 이회창 후보에 대한 이 의원의 지원유세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20일 구속된 이 의원 측근 김윤수씨의 구속영장에 따르면 2002년 11월 말 한나라당 이병기 특보는 김씨를 만나 "한나라당에 이 의원의 입당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교통정리를 할 테니 탈당하면 한나라당에 입당하도록 권유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 의원이 탈당시기를 저울질하던 시점이었다.

또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이후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이 민주당 탈당파 등 '제3세력'의 영입에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던 시점이기도 했다. 이 특보의 제안을 받은 김씨는 곧장 이 의원에게 의사를 타진했으나 '노(NO)'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의원은 12월3일 자민련에 입당했다.

영입 계획이 무산되자 이 특보와 당시 한나라당 선대본부장이던 김영일 의원은 정치자금을 주고 이 의원의 유세지원을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12월4일 이 특보는 김씨에게 "돈을 줄 테니 이회창 후보 지원유세를 이 의원에게 부탁해 달라"고 제안했다.

며칠 후 이 특보는 서울시내 L호텔 지하주차장에서 기업들로부터 거둔 대선자금 5억원을 사과박스 2개에 나눠 김씨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이 돈을 자신의 집에 보관하다 이틀 후 2억5,000만원을 서울 자곡동 이 의원 자택에 싣고 갔다.

김씨는 이 의원 부인인 김은숙씨가 보는 가운데 2층 방으로 돈 박스를 옮겼고 "이병기 선배님이 고문님 필요할 때 쓰시라고 보내왔다"고 돈의 출처를 밝혔다. 김씨는 또 이틀 후 이 의원을 L호텔 23층 레스토랑에서 만나 "사모님한테 이병기 선배가 보낸 돈 박스 얘기를 들었느냐"고 물어 돈 전달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나머지 2억5,000만원을 자신의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등 '배달사고'를 냈다.

이 의원은 이후 자민련의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개지지 선언 및 지지유세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으나 김종필 총재 등 나머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를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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