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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 동화집 출간/소박한 듯 반짝이는 삶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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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 동화집 출간/소박한 듯 반짝이는 삶의 진리

입력
200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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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완서(73)씨가동화 '보시니 참 좋았다'와 '아빠의 선생님이 오시는 날'을 발표했다. 두편의 신작 동화는 1970년대에 썼던 동화 중 아끼는 것 6편을 골라 묶은 동화집 '보시니 참 좋았다'(이가서 발행·사진·9,300원)에 실렸다.화가 김점선씨의 삽화가 함께 한 책은 잔잔하고 따뜻하다. 한 편 한 편의 얘기 안에 담긴 교훈과 철학의 무게가 묵직하다. '보시니 참 좋았다'는 시간의 힘을 깨닫게 하는 동화.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가난한 소년에게 신부님은 커다란 화판을 주었다. 성당의 벽이었다. 소년은 화판에다 그때까지 보아온 들꽃과 푸성귀와 동물과 곤충을 그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운 그림으로 소문이 났다. 소년이 할아버지가 되고 나서 손자 손녀와 함께 그림을 보러 왔을 때, 벽화는 가장 아름답고 사랑을 많이 받는 성화(聖畵)가 돼 있었다. "내 평범한 그림을 예술로 만든 건 오랜 세월과 사람들의 변함없는 사랑이었다"는 할아버지의 말은, 진정한 명품이란 세월의 풍상과 사람들의 애정이 꾸준히 더께가 되어 앉은 것이며, 명품 뿐만 아니라 삶 또한 그렇다는 진리를 알려준다.

'아빠의 선생님이 오시는 날'은 30년 만에 다시 만난 선생님에게, 선생님이 즐기던 비빔밥을 대접하는 아빠의 이야기다. 선생님은 김치와 장조림 국물과 나물을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비빈 비빔밥 한 대접을 거뜬히 비운다. 식성이 여전하다는 아빠에게 선생님은 "실은 갈비찜도 회도 스테이크도 좋아한다"며 오래된 비밀을 알려준다. "자네는 내가 정말로 비빔밥을 좋아해서 아이들 도시락을 걷어다가 반찬이랑 김치랑 다 넣고 비벼서 다시 나눠 먹은 줄 아나. 그때만 해도 우리 반엔 도시락을 못 싸오는 아이가 서너 명씩은 됐다네. 그 애들에게 자존심 상하지 않게 점심을 먹이자니 그럴 수밖에 없었네." 따뜻한 진실이다.

박완서씨의 동화에 담긴 삶의 진리는 이렇게 소박한 듯 보이면서도 반짝반짝 빛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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