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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37>동일방직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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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037>동일방직 사건

입력
200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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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2월21일은 자본과 국가 권력이 초보적 노동운동에조차 얼마나 저열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를 참혹하게 보여준 날이었다. 이 날 인천시 만석동에 자리잡은 동일방직 인천 공장에서는 노조 지부장과 대의원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었다. 새벽 5시30분께부터 삼삼오오 출근하는 여성 조합원들을 맞은 것은 남성 노동자들의 무자비한 폭력이었다. 회사의 사주를 받은 이들은 몽둥이를 휘두르며 노조 사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든 데 이어, 방화수통에 똥물을 담아와 여성 노동자들에게 닥치는 대로 뿌렸다. 투표소로 오던 조합원들만이 아니라 탈의장과 기숙사에 머물고 있던 여성 노동자들도 똥물 세례를 피할 수 없었다. 현장에는 경찰관들이 나와 있었으나 이들은 이 상황을 방치했고, 노총 역시 동일 방직 여성 노동자들을 '불순분자'로 몰았다.소수의 남성 노동자들이 장악하고 있던 동일방직의 어용노조는 1972년부터 내리 여성 지부장을 선출하며 어용의 굴레를 벗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회사는 이 독립 노조를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1976년께부터 경찰의 비호 아래 남성 노동자들을 부추기며 본격적인 노조 와해 공작에 나섰다. 노조원들도 회사와 경찰의 어용노조 재건 움직임에 단식 농성과 알몸 시위 등으로 맞서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싸웠다.

1978년의 똥물 투척 사건은, 당시 중앙정보부 경기도 지부에 근무하고 있던 최종선(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 의문사한 서울 법대 최종길 교수의 동생)씨의 증언에 따르면, 지부와의 협의 없이 중앙정보부 2국이 직접 개입한 일이었다. 이 사건 이후 회사측은 정부와 섬유노조의 방조 아래 여성 노동자 1백24명을 해고한 데 이어, 해고 노동자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기록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다른 기업들에 보내 이들의 취업을 막았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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