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세상 돌아가는 것이 너무 빨라 내일 일도 알기 어렵다지만, 그래도 자세히 살펴보면 일정한 방향을 발견할 수 있다. 트렌드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유행과는 달리 최소한 다음 두 가지를 만족시켜야 최소 10년 지속한다. 하나는 현상과 현상의 주체인 사람들의 마음 속에 확실하고 강력한 심리적 동기가 있어야 한다. 또 하나는 트렌드로서 기능할 만큼 충분한 사회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이 책은 한국인의 변화의 물결로 20개의 트렌드를 골랐다. 이는 크게 3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우리 사회의 지형도를 바꿀 새로운 흐름들로, 한국인의 도전적인 미래상을 구현할 트렌드다. 호모 루덴스와 호모 파베르가 동시에 공존하는 '두 손 문화'의 탄생, 인터넷 발달에 따른 임의 접속 맺기, 감성의 페로몬(향기 호르몬)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페로몬 공동체, 사회를 바꾸는 여자들의 우정, 생산적 현역인 노인의 시대 등 6가지다.
두번째는 성공의 꿈과 욕망이 빚은 자본주의적 트렌드로, 한국 자본주의 문화가 만들어내고 있는 새로운 현상들이다. 한 사람이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멀티스티커, 오래 젊게 살기를 바라는 네버렌드 러시, 고객 존중을 넘어선 메모리 마케팅, 24시간 경비가 필요한 e-불안한 세상 등 6가지다.
세번째는 오래된 과거를 깨고 나오는 한국인으로, 절반은 과거 전통에 빠져 있으면서 절반은 미래를 향해 나가는 이행 과정의 트렌드다. 할리우드식 일등주의, 어쩔 수 없는 충돌조절장애 증후군, 나를 껴안아주는 체온 커뮤니티, 유머가 중시되는 호모 유머리스트 탄생, 풍류를 즐기는 천천히 하기 등 8가지다. 이러한 트렌드들은 때로는 서로 보완하고, 때로는 충돌하면서 한국과 한국 사회를 역동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이 책의 특성은 우선 한국인이 쓴 한국인의 미래에 관한 분석이라는 점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들도 많고, 트렌드 전문가들이 쓴 책도 많다. 그러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숟가락으로 김치찌개 떠먹고 숭늉 마시는 한국인의 손으로 쓴 트렌드 서적은 많지 않다. 스스로 자신을 객관화시켜 놓고 보려는 시각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너무 각론화되어 있는 사고가 전체를 보는 눈을 마비시킨 것일까?"라는 저자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저자는 10년 전에도 같은 제목의 책을 발간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변화를 관찰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두 책을 비교해 읽으면 우리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유추할 수 있다. 적절한 예와 많은 도표들은 읽기에 많은 도움을 주지만,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단순화시킨 감이 있다. 저자는 작은 개울물 소리를 좇아가며 그것이 장차 어떤 큰 물줄기로 합류할 것인가를 추적했다고 말했지만, 끝내 바다에 이르지 못하는 시내도 있는 법이다.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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