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첨단분야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집약적 산업에 이어 반도체, LCD 등 첨단산업에서도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생산기지의 이전은 곧 기술과 인력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첨단 분야에서 시장주도권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조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라인도 중국으로
하이닉스반도체는 20일 국내 D램 생산라인의 일부를 내년부터 중국으로 옮길 계획임을 밝혔다. 삼성전자가 노동집약적인 반도체 후공정 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한 적은 있지만 반도체 전 공정이 옮겨가는 것은 처음이다.
하이닉스가 중국으로 라인을 옮기는 것은 상계관세 부과를 피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고육지책. 하이닉스는 우선 저부가가치 생산라인인 200㎜ 웨이퍼를 중심으로 이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중국 시장에서 국내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200㎜ 웨이퍼 시설이 안정되면 300㎜ 웨이퍼 시설도 조만간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도체에 이어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도 속속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이닉스의 LCD부문을 인수한 비오이 하이디스는 내년에 중국에 5세대 생산라인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오리온전기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자회사 오리온 PDP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 경쟁력 높여야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는 아직도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5∼10년 정도 앞서고 있지만 '세계의 공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기세를 볼 때 격차를 줄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
산업기술재단은 LCD 분야에서 한국이 8년 정도 앞서고 있지만, 2010년에는 중국이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생산기술까지 이전하면 중국으로서는 날개를 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생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기 때문에 기술유출 우려 등 소극적 대응은 의미가 없다"면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기술격차를 계속 유지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남양호 수석연구원도 "저렴한 노동력을 무기로 하는 중국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제조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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