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아, 졸업 축하해. 꼭 다시 일어나서 함께 놀자."20일 오후 삼성서울병원 소아혈액 종양병동 55호 병실에서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방수진(13)양을 위한 '병상(病床) 졸업식'이 열렸다. 충북 음성군 대소초등학교 6학년 2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이 들고 온 졸업장과 6년 개근상을 받고 방양은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활달하고 사교성도 좋아 반에서 인기가 많던 방양은 졸업을 한달 앞둔 지난달 15일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고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떨어졌다. 방양은 항암 치료를 받느라 머리도 모두 빠졌고 몸도 쇠약해졌다. 하지만 다시 학교에서 친구들과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티고 있다. 항암치료가 끝나면 기증자로부터 골수이식을 받아야 한다. 아버지 방원찬(38)씨는 "수진이가 '빨리 나아 학교 졸업식에 꼭 가고싶다'고 말할 때 마다 가슴이 메어졌다"고 말했다.
19일 방양의 자리를 비워둔 채 졸업식을 치른 담임교사와 친구들은 '수진이에게 병상 졸업식을 치러주자'고 뜻을 모아 이날 오전 서울로 향했다. 13명의 학생들과 함께 온 김영은(28·여) 교사는 "30여명의 반 아이들이 건강한 수진이를 다시 만나 예전처럼 같이 뛰어 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학급문집을 졸업선물로 줬고 병동 간호사들은 항암치료 환자가 받을 수 없는 생화 대신 종이꽃다발을 만들어 선물했다. 하얀 두건을 둘러쓴 채 병상에 누워있는 방양은 "어서 병이 회복돼 친구들과 손잡고 중학교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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