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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얼짱"보다 "마음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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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얼짱"보다 "마음짱"을

입력
2004.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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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얼짱, 몸짱 신드롬'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얼짱, 몸짱이 주연이 되는 영화가 대박을 터뜨리는가 하면 얼짱, 몸짱 스포츠 스타들의 주가도 상한가를 친다. 인터넷 업체나 통신업체들은 디지털 카메라나 카메라폰으로 찍은 자신의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추천을 많이 받은 네티즌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한 케이블 방송은 성형수술을 권하는 듯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다가 방송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또 어떤 지상파 방송은 아침 프로그램에 인터넷에서 벼락인기를 얻은 몸짱 아줌마를 초청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얼짱, 몸짱이라야 뭔가 얘기가 될 것 같고 또 실제로 그런 사람이 뭔가 이룬 것처럼 알려지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몸을 가꾸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몸을 사랑하고 소중히 다루기보다는 마치 몸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곧 우리가 이미지, 즉 어떻게 보이는가가 중요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점과 직결된다.

뚱뚱해 보이고 늙어 보이는 것은 곧 무능한 것이며 사회적 실패를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잠깐 들여다보면 이러한 현실은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하는 영상매체의 저급한 상업주의와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 인간들의 의식이 변화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영상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텔레비전의 상업주의에 의해 확대재생산되면서 이미지가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문제는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인간적 본능을 교묘히 이용하는 영상물이 순간적인 것을 영원한 것인 양 우리들에게 그릇된 편견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텔레비전에서 이미지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광고를 접하는 경우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왜냐하면 광고의 영상적 효과가 소비자의 뇌리에 누적되면서 소비자들은 물고기가 물을 의식하지 못하듯 광고에서 전달하는 이미지를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영상매체의 상업주의보다 더 큰 요인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가 말하는 "디지털 유목민"적인 환경이 인간을 외적인 이미지에 열광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디지털 유목민이란 농경사회처럼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지내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한 조직에 머물지 않고 계속 이동하면서 형성되는 삶의 의식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변화하는 의식에 있어서는 지속적인 그 무엇보다는 일시적인 이미지가 중요한 덕목이 된다.

심리학의 경우에도 외형적으로 보기가 좋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과제 성취도가 높고, 어린 아이조차도 3개월이 지나면 보기 좋은 사람과 더 오래 놀고 싶어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는 유행과 같은 것이며 참고 인내하기보다는 순간순간의 고통을 덜어버리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의 가장 큰 문제는 오래 지속되는 끈끈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듯이 요즈음 세상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도 바로 순간적 이미지에 집착하는 우리의 디지털적 의식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느 텔레비전 광고에 다음과 같은 카피가 있다. "나는 얼굴보다는 마음이야…." "아직도 이런 말을 믿으십니까?" 이 카피가 너무나 우리의 현실을 잘 대변해 주는 게 아닌가 해서 그 광고를 대할 때마다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얼짱, 몸짱보다 진정 마음이 '짱'인 아날로그적 인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 재 진 한양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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