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386 핵심 측근인 안희정씨가 향토장학금을 받는 기분으로 기업인으로부터 (부정한)돈을 받았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것을 듣고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대통령 주변의 도덕적 불감증을 얘기하기에 앞서, 시대를 고뇌하면서 살고자 했다는 한 젊은이의 망가진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그는 법정에서 "주는 사람은 내게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거래를 통해 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 며 "나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준 것일 뿐, 청탁이나 대가성은 없다"고 강변했다. 억대의 돈을 대가없는 향토장학금조로 받았다는 뻔뻔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또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당선 전에 나는 어린아이였다"며 "하지만 당선 후에는 어머니에게 함부로 안기면 (어머니가) 자빠질 장정이 됐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대통령을 등에 업고 세치 혀로 세상사를 농단하는 태도가 역겹기까지 하다.
안씨는 나라종금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일 때도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았고, 불법자금의 일부를 아파트 구입 등에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이 이미 밝혀진 불법모금 45억원 외에도 10억원대의 추가모금이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추적 중이어서 여죄가 더 나올 가능성도 크다. 계속 불거지는 비리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는 알 길이 없다.
노 대통령은 안씨를 가리켜 '정치적 동업자'라 했고, 그를 지지하는 재야인사 279명은 안씨가 시대의 희생양이라고 옹호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그 자신도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한강다리를 건넜다"며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고, 스스로가 집권당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의 행태를 새로운 정치의 주역이 되고자 하는 386세대 전체로 확대할 필요야 없겠지만, 구악을 뺨치는 신악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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