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전날 '최병렬 대표의 2선 퇴진과 비대위 구성'을 검토하며 수습의 실마리를 찾던 당내 각 모임이 20일에는 최 대표의 즉각 사퇴를 한 목소리로 요구했다. 이제 한나라당은 반최(反崔), 친최(反崔)의 구분이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대표 사퇴'의 함성으로 뒤덮이고 있다.이 같은 상황급변은 홍준표 의원이 전한 최 대표의 '사퇴불가' 기류가 결정적 원인이 됐다. 홍 의원은 19일 저녁부터 최 대표와의 통화한 내용을 언급하며 "최 대표는 절대 대표직을 사퇴하지 않는다"며 "선대위를 구성한 뒤 자연스럽게 2선으로 물러 앉을 것"이라고 언론에 흘렸다. 이는 최 대표가 17일 관훈토론회에서 밝힌 수습책의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자신이 선임한 선대위 인사들을 통해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대표직은 유지하되 즉시 당무에서 손을 떼라"는 각 모임의 2선 퇴진 요구와는 한마디로 동떨어진 내용이다.
때문에 소장파의 '구당(救黨) 모임'이 발끈한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소장파를 다독이는 입장에 있던 대다수 중진들까지 "이런 뻔뻔한…"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한꺼번에 등을 돌린 것이다. 각 모임 대표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3역과의 연석회의에서 일부 영남 의원 대표로 참석한 신영국 의원을 뺀 전원이 마치 선명성 경쟁을 하듯 최 대표의 즉각 사퇴를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지, 비대위 또는 선대위 체제로 총선을 돌파할 지 여부는 다음 문제고, 무조건 최 대표가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17대 총선 불출마 선언 의원대표인 유흥수, 대구·경북 대표인 이해봉 의원 등은 "사퇴를 거부하면 절대 다수의 힘으로 당원 대표자회의를 소집해 일방적으로 사퇴를 선언하는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한다"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구당 모임의 원희룡 의원은 "최 대표가 시간을 끌면 선제 공격도 가능하다"며 "단식이나 분당 통보도 할 수 있다"고 격앙됐다.
일부 영남 의원을 대표해 나온 신영국 의원이 유일하게 "대표가 무얼 잘못했느냐. 대표를 끌어내리려면 나를 설득해 보라"며 '대표 2선 퇴진'을 주장했지만, "의자에만 앉아 있는 대표가 무슨 대표성이 있으며 총선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집단 반박에 묻혔다.
이제는 설령 최 대표가 "모든 권한을 넘기고 2선 퇴진하겠다"며 손을 든다 해도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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