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방송사가 새 집으로 이사한 뒤 두통, 피로, 호흡곤란, 천식, 비염, 피부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새집 증후군’(sick home syndrome)을 다루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 프로그램은 각종 건축자재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나 포름알데히드(HCHO) 등 환경오염물질이 다량 배출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집이 사람을 공격한다’는 무시무시한 말로 사람들에게 잔뜩 겁을 줬다.그 영향으로 최근 유해 화학물질을 줄인 벽지ㆍ마루 등 친환경 건축자재와 공기청정기의 판매가 급증하고, 병원마다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과 처방을 문의하는 환자가 줄을 잇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빌딩의 40% 정도에서 오염된 실내 공기가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고 있다고 한다. 환절기에 가장 적당한 실내 습도는 50~60%, 온도는 18~22도 정도. 건강하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본다.
식물이 실내공기를 정화
키가 1m를 넘고 잎이 넓은 관엽식물을 실내에 놓아두면 공기오염 물질과 냄새 제거, 음이온 발생, 전자파 차단, 소음 차폐, 심신 안정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종려국, 관음죽, 황야자나무, 접란, 파키라, 스파티필럼, 네프롤레피스, 드라세나, 벤자민, 고무나무 등이 대표적 공기 정화 식물이다.
식물은 광합성작용을 하며 성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잎 뒷면의 작은 구멍인 기공을 통해 실내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뿌리에서 흡수한 산소와 물을 수증기 형태로 배출해 실내 공기를 자연스럽게 정화한다.
황야자나무는 다른 야자나무와 달리 잎의 색이 연하고 줄기가 황색을 띠어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파키라는 음지에서 잘 자라고 식재 면적이 작은 데 비해 잎과 줄기는 넓어 거실에 잘 어울린다. 스파티필럼은 어떤 환경에서도 잘 견딜 정도로 강항 생명력으로 공해 성분을 흡착한다.
이들 식물을 실내에 놓아두면 겨울철에는 온도를 2~3도 높일 수 있고 여름철에는 반대로 실내 온도를 그와 비슷한 정도로 낮춘다. 실내에 식물이 없으면 습도가 40% 이하로 떨어져 건조해지기 쉬운데, 쉐프렐라 등 잎이 많은 식물을 놓아두면 습도를 60% 정도로 유지할 수 있어 가장 쾌적한 상태가 유지된다.
녹색식물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실험 결과, 사람이 식물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뇌파 가운데 안정된 상태에서 주로 나타나는 알파(α)파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컴퓨터작업실의 경우 전체 방 크기의 1.5~2% 정도에 해당하는 면적에 식물을 놓아두면 정신적 피로가 줄고 집중력이 높아지며 혈압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먼지제거는 필수
바닥에 쌓인 먼지보다 더 위험한 것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 작은 먼지 입자는 쉽게 호흡기로 유입돼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따라서 커튼은 얇은 면 종류가 좋다. 화학 섬유이거나 너무 두꺼우면 먼지가 많이 발생한다. 또 창문 구석을 젖은 수건으로 자주 닦아내 먼지가 커튼에 쌓이지 않도록 한다. 카펫은 바닥에 쌓이는 먼지를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에 가급적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이불과 침대, 매트리스는 그야말로 진드기의 온상이다. 다행히 진드기는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창문을 열고 막대기 등으로 강하게 쳐주면 대부분 없앨 수 있다. 소파는 가급적 먼지가 적게 나는 가죽제품으로 쓰는 것이 좋다.
공기청정기를 이용하는 것도 먼지를 줄이는 방법이다. 공기청정기를 고를 때에는 먼지 제거와 탈취기능을 하는 집진부와, 실내공기를 순환시키는 순환부의 작동여부뿐 아니라 제품, 보증기간, 사용시 유의사항, 사후관리 범위, 교환 및 환불에 대한 사항까지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가습기로 적당한 습도 유지
가습기는 가전제품 가운데 가장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할 기기이다. 가습기에서 분무되는 물은 바로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흡입되기 때문이다. 물에 중금속, 세균 등 유해 물질이 있으면 그대로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되므로 주의한다. 가열식 가습기라고 해도 100% 살균되지 않는다. 통 속에서 물이 따뜻하게 가열되기 때문에 오히려 세균 번식이 더 잘 될 수 있다. 가습기의 물은 매일 갈아주어야 하며 적어도 2~3일에 한 번씩은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가습기는 놓는 장소에 따라 가습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한쪽 구석에 놓으면 공간 전체로 수증기가 퍼지지 않아 그 효과가 떨어진다. 바닥으로부터 0.5~1m의 평평한 받침대나 선반에 놓는 것이 이상적이며 방 가운데나 벽 중앙에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한강성심병원 호흡기내과 현인규 교수 /연세대 의대 환경공해연구소 신동천 교수 /건국대 원예학과 손기철 교수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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