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은 동·서양의 식습관을 구분 짓는 주요 도구다. 3,000여년 전 중국 은나라 때 처음 등장한 젓가락이 일상화한 것은 공자가 활동하던 춘추시대라고 한다. 세계 인구의 30%가 젓가락문화권에 속한다. 그러나 같은 젓가락문화권이라도 그 크기와 사용법은 조금씩 다르다. 젓가락으로 식사할 때 밥그릇을 들고 먹으면 우리는 "너 거지냐?"고 했고, 일본에서는 밥상에 둔 채 먹으면 "너 개냐?"고 묻는 식이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아이를 업어 키우는 문화권에서는 모두 젓가락을 쓰는 점에 착안해 식생활을 통한 문화코드를 분석하기도 했다.■ 젓가락을 쓰면 30개의 관절과 50개의 근육이 움직이게 된다고 한다. 포크보다 훨씬 더 대뇌에 대한 자극이 크다. 근육조절능력, 작은 물체를 집는 협응력(協應力), 집중력 등 소중한 두뇌능력이 일상적인 젓가락동작을 통해 얻어진다고 한다. 유아기의 실뜨기 찰흙놀이와 같은 손 운동이 두뇌 계발에 좋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선진국보다 30년 늦은 우리 반도체산업이 세계를 선도하게 된 것은 섬세한 작업에 어울리는 손재주 덕분이며, 그 손재주가 젓가락문화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있었다. 골프 양궁의 강국이 된 것도 비슷한 해석이 가능하다.
■ 복제된 인간배아에서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를 추출해낸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성공의 비결로 한국인의 손재주를 들었다. "한국인 말고 누가 쇠젓가락으로 콩을 집을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미세한 난자의 핵을 집어내는 민감한 작업에 성공한 것은 창의력 외에 거의 선(禪)의 경지에 이른 인내심과 집중력 덕분이었으며, 그 바탕은 젓가락질이라는 것이다. 궁벽한 시골에서 6남매를 키워낸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면서 익힌 그의 젓가락질은 소와 농촌사랑으로 이어졌고, 드디어는 세계가 깜짝 놀란 업적을 이루어내게 됐다.
■ 그는 18일 밤 귀국회견에서 세계 생명공학의 고지에 태극기를 꽂고 온 기분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귀국 전에는, 외국 연구소의 여러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연구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서울대를 떠나지 않겠다고 하나같이 이쁜 말을 했다. 더욱이 그는 윤리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 난자를 이용한 복제실험을 이미 중단했다는 말도 했다. 정부가 이에 대해 적절한 방침과 정책을 정하면 그 틀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생명공학의 음식을 여러 접시에 나눠 담아낸 황우석의 젓가락은 그것을 먹을 것인지, 먹는다면 어떻게 먹을 것인지를 묻고 있다.
/임철순 수석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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