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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30년 애환 영등포 시장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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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30년 애환 영등포 시장 사라지나

입력
200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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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와 강서로 시장이 갈라서면 자칫 둘 다 쪽박찰 지도 모르잖아요." 30여년간 서울 서남부지역에 싱싱한 야채와 과일을 공급해 온 영등포청과물시장이 해체위기를 맞고 있다. 강서구 외발산동에 수도권에서 가락시장에 이어 두번째 큰 규모로 들어선 강서농산물도매시장(이하 강서시장)이 25일 문을 열기 때문. 영등포청과물시장 상인 3분의2가 강서시장으로 옮겨 가기로 함에 따라 서남부 청과물 상권이 둘로 나뉘어 당분간 생존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상인들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불안해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등포구는 교통정체와 환경문제를 내세워 대대적 단속을 예고해 상인들을 더욱 주눅들게 하고 있다.'남는 자'와 '떠나는 자', 두렵기는 매 한가지

17일 낮 영등포역 인근 청과물 도매전문 영일시장. 대부분 점포가 문을 닫아 새벽녘 난장(亂場)의 소란스러움을 찾아 볼 수 없다.

몇몇 문을 닫지 않은 가게 주인들도 둘러 앉아 강서시장 이주문제를 얘기하고 있었다. 영등포청과물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영일시장과 농협영등포공판장, 조광시장 등의 상인 3분의 2가 이 달과 오는 6월 두 차례에 걸쳐 강서시장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남든 떠나든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 최영심(62·여)씨는 "용산서 떠밀려 영등포역서 자리잡은 지가 30년이여. 새 집으로 가봐야 장사 될 지 안될 지도 모른디…. 난 그냥 여기 있고 싶당께"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6월에 강서시장으로 옮길 계획인 농협공판장의 양순이(64·여)씨는 "이사 가서 자리 잡으려면 2∼3년은 걸리는데 그때까지 버틸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일부 상인들은 '양다리 걸치기'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 사람이 양쪽 시장에 점포를 소유할 수 없다'는 방침에 대한 고육지책인 셈. 친구와 동업 중인 유모(40)씨는 "과거 청량리시장이 있는 데도 경기 구리에 시장을 만들어 둘 다 망했다"며 "혹시 한 쪽이 큰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몰라 친구는 강서로 가고 나는 남는다"고 말했다.

반면 조광시장의 최장완(50)씨는 "나 같은 영세상인들은 이사 가고 싶어도 돈 없어 못 간다"며 "여기서 망하면 이젠 끝장"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주상복합 건물등 상업시설 건립유도

하지만 구청측은 이주를 계기로 시장 일대를 차츰 정리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미 시장 곳곳엔 '불법 주·정차 차량과 노점상을 단속한다'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상인 김학현(60)씨는 "차도 못 대고 이것저것 단속하는 게 쫓아내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 옆 500여 인쇄소가 밀집한 인쇄골목도 청과물시장 대이동의 후폭풍을 염려하고 있다. K인쇄 박모(42)사장은 "청과물시장 다음에 인쇄골목도 정리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시나 구의 재개발 계획이 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술렁거림에 대해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도심권에 재래 청과물시장이 있어 극심한 교통정체와 환경문제 등이 발생했다"며 "시장기능을 잃은 지 오래라 강서시장으로 옮겨도 지역 경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2년 6월 시장 일대를 부도심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한 구는 이전이 마무리되는 대로 땅 주인과 건설업체를 상대로 주상복합건물 등 상업시설 건립 유도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 영등포청과물시장

영등포역 인근 영등포동 1·4가와 당산1가, 문래동 일대의 농협영등포공판장과 조광시장, 영일시장등을 말한다. 현재 843개의 점포(농협공판장 99개, 영일시장 296개,조광시장 448개),1019명의 상인이 이곳에 터를 잡고 있다.

1971년 영등포농협공판장이 들어서 '장사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용산과 청량리 청과물시장 상인들이 밀려와 시장을 형성했다. 하지만 IMF한파와 소비패턴이 대형할인마트와 백화점으로 옮겨가면서 쇠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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