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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폭설에도 교통체증 없는 몬트리올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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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폭설에도 교통체증 없는 몬트리올의 겨울

입력
200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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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캐나다 몬트리올은 지긋지긋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겨울이 길고 춥다. 눈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내린다. 영하 40도에서 살다 보면 이곳에도 여름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고 이 날씨에도 생활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아이들의 겨울방학도 보름 정도밖에 안돼 이 추위에도 매일 학교를 다닌다.영하 10여도 정도면 아이들이 밖에서 땀을 내며 뛰어 놀고 어른들도 이 정도면 살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에선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수도가 터지는 등 곤란을 겪는다고 하는데 이곳은 워낙 추운 곳이라 대비가 잘 되어 있어 그런지 영하 40도에도 그런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이다 싶을 정도로 많은 눈을 본다. 한국의 눈과는 비교가 안되는 양이지만 어느새 정돈된 도로와 인도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제설차도 대형부터 소형까지 종류가 다양하고 체계도 잘 잡혀 있다. 열심히 다 치워 놓으면 하늘은 다시 눈을 뿌려대고 사람들은 또 다시 치우고…. 개인적으로 눈을 좋아했었는데 두 번의 겨울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눈이 싫어지려고 한다.

몬트리올의 날씨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무서움을 동시에 느끼도록 해주는 날씨라고 할 수 있다. 신선한 공기, 눈부신 햇살, 청명한 하늘, 시원한 바람이 좋은 여름이 6월부터 시작해서 9월 정도까지 이어지고 짧은 가을이 10월 한 달이다. 11월부터 시작된 겨울은 4월까지다.

한국의 올 겨울은 따뜻했다고 들었다. 한국은 이제 곧 봄이 될 텐데 이곳은 아직 한겨울이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아직도 모두 머리부터 발끝까지 중무장을 하고 다닌다. 폭설로 인해 한국에는 없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밖에 주차한 차 위로 하얀 눈이 산처럼 쌓여 차 주인들이 삽으로 눈을 파내고 녹이고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나도 처음 맞는 겨울에 차를 밖에 주차시켰다가 몇 시간 뒤에 나와 보니 차가 눈에 파묻혀 바퀴가 옴짝달싹하지 않아 혼난 적이 있다. 다행히 옆차 주인이 트렁크에서 삽, 염화칼슘 등을 꺼내 한참 도와주어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 뒤로 삽도 구입하고 타이어도 스노 타이어로 갈고 겨울 무장을 갖추었다. 이런 험한 겨울 날씨 때문에 도로 상태는 결코 좋을 수가 없다. 여기저기 갈라지고 파여 겨울이 지나면 도로공사가 많다. 신기한 점은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과 같은 교통체증이 없다는 점이다.

이 지독한 추위와 폭설이 끊이지 않는 몬트리올의 겨울에 정이 떨어지려는 것을 아이들이 눈 속에 뒹구는 모습을 보며 간신히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그래도 이곳의 겨울은 너무 심하다.

이 경 희 캐나다/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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