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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이성희 패션파일-이승연 누드집 파문과 '묻지마 스타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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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이성희 패션파일-이승연 누드집 파문과 '묻지마 스타마케팅'

입력
200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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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디자이너 이영희씨는 지난 17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30년 한복인생의 공로가 물거품이 된 꼴”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한 탤런트 이승연의 누드 프로젝트에 한복과 장신구 20여점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역사의 희생자들까지 팔아먹은 파렴치 상혼의 협력자’로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지요.“누드집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는 이씨는 이번 사건으로 막대한 심적 고통과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기획사에 대한 법적대응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영희씨의 분노가 십분 이해됩니다. 이씨는 1990년대 전통 한복디자이너로 국내는 물론 패션의 본고장 파리에서까지 명성을 얻은 사람입니다. 한때 잠시 슬럼프를 겪었지만 지난 해부터 세계 최대의 패션시장 뉴욕을 겨냥, 한복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의욕적으로 해외사업을 추진중입니다.

사건이 터진 지난주에도 그는 박물관 건립문제 협의차 뉴욕에 체류하다가 직원들의 연락을 받고 15일 급히 귀국했어요. 재기를 위한 힘찬 날개짓을 하던 차에 찬물을 뒤집어 쓴 꼴이니 분하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상대는 평소 잘 알고지내던 유명 탤런트. ‘선의(善意)’에서 한 일이 뺨 석대로 돌아왔으니 참담할 밖에요.

그러나 이씨는 혹시 선의를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정도로 여기지는 않았을까요. 싯가로 3억원에 달하는 의상-새로 제작한 것은 아니고 기성품이지만-을 ‘한일관계를 재조명하는 3ㆍ1절 특별프로그램’이라는 기획사의 말에만 의존,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형식에 대해 일언반구 묻지않은 채 무상으로 제공한 배경은 뭘까요.

유명 탤런트가 자기 브랜드의 옷을 입고 영상매체에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것은 아닐까요. 스타는 공짜로 멋진 옷 입어서 좋고, 브랜드나 디자이너는 스타가 입어서 광고를 해주니 좋고 하는 식으로.

신문사로 찾아오는 신규브랜드 홍보업자의 입에서 가장 자주 듣는 소리는 ‘이 옷은 요즘 누가 어떤 방송에서 입고 나온다’는 이른바 스타마케팅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스타마케팅을 하는 분들이라면 한가지는 분명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누가’에 앞서 ‘어떤 맥락에서’ 입는가를 먼저 따져야한다는 거죠. ‘묻지마 스타마케팅’의 희생양이 되지않으려면 최소한 그 정도의 노력과 성의는 보여야겠지요. 이래저래 이승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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