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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日개헌 재촉하는 "美日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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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日개헌 재촉하는 "美日동맹"

입력
200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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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해상자위대를 인도양에 파견한 데 이어 올들어 육상자위대 이라크 배치가 속속 진행되면서 미일 동맹이 사실상 세계규모로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미일 동맹의 글로벌화는 교전권을 포기하고 동맹국과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한 일본 헌법의 틀을 벗어날 우려가 커 개헌논의가 더욱 촉진되고 있다.미일 동맹의 글로벌화

미일 동맹의 기본은 1951년 체결되고 1960년 한 차례 개정된 미일 안전보장조약이다. 무장해제된 일본은 미국에 주일미군 기지를 제공하는 대신에 미국은 일본을 방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조약의 핵심 내용이다.

조약은 제5조에서 "일본국의 시정(施政) 하에 있는 영역", 6조에서 "일본국의 안전에 기여하고 동시에 극동의 국제평화와 안전유지에 기여"라는 표현으로 미일 동맹의 적용범위를 좁게는 일본, 넓게는 극동으로 시사하고 있다. 냉전기의 소련을 겨냥한 것이었다.

냉전이 해체된 뒤 미국과 일본은 1996년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통해 미일 안보를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안정과 번영의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고 재정의했다. 소련의 위협 대신에 북한 핵 개발, 중국―대만 해협의 긴장 등을 염두에 두고 적용범위가 넓어졌다.

이에 따라 일본은 1999년 '일본 주변'에서 무력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위대가 미군을 후방지원하는 주변사태법을 제정했다. '극동' 대신에 '일본 주변'이란 애매한 표현으로 미일 동맹 적용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2001년에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대 테러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을 근거로 해상자위대 급유함과 호위함, 이지스함 등이 인도양까지 갔다.

지난해 제정된 이라크부흥지원특별조치법에 따라 육상자위대가 이라크에 가면서 자위대의 해외파견은 이제 세계 규모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의 우파에서는 미일 동맹의 적용범위는 "미일 공영권(共榮圈)"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남은 길은 헌법개정

'미군과 동행하는' 자위대의 해외파견은 미군 후방지원이나 전후 복구지원이기 때문에 무력행사는 아니지만 일본 방위에 전념한다는 전수(專守)방위도 아니다.

특히 전쟁지역은 아니지만 테러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서 자위대가 전투행위에 휘말리는 위헌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군대인 자위대 자체가 군 전력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와 불합치 상태인 데다 미일 동맹의 글로벌화가 개헌론을 대세로 만들고 있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의 초점이 될 것이 확실하다.

미국 조지 W 부시 정권은 동맹국이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즉시 공동 군사행동에 나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개헌으로 미일 동맹을 미영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일본 담당 책임자인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문예춘추' 3월호와의 대담에서 "나는 2000년 '아미티지 리포트'에서 헌법9조가 (미일 동맹이나 국제사회의 안정을 위한 군사력 사용에) 방해물이란 사실을 지적했다"면서 "많은 여론조사에서 반수 이상의 일본 국민이 이미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18일 열렸던 참의원 헌법조사회 청문회에서도 미국과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가 쟁점이 돼 참고인으로 나온 전문가들의 의견이 "행사를 허용하는 개헌이나 정부 해석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쪽과 "미국의 일부가 기대하는 제3국에서의 군사적 공동행동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갈라졌다.

일본과 미국의 안보 일체화와 글로벌화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는 17일 강연회에서 "지금의 미국은 네오콘(신보수주의)에 끌려다니고 있다"면서 "앞으로 수년 사이에 이런 상황이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또 "중국은 일본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군사대국도 될 것"이라며 "중일관계는 미일관계와 똑같이 커진다"고 미국 일변도 외교를 경계했다.

일본의 장기적 전략문제를 인접한 대국 러시아와 멀리 있는 초강대 패권국가 영국 중 어디와 손을 잡을 것인가를 고민하던 100년 전 러일전쟁 직전과 유사하게 중국과 미국 사이의 균형과 선택으로 보는 학자들도 많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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