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큰소리와 부릅뜬 눈 없이는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것 같다. 돈을 먹었느니, 안 먹었느니, 농촌을 살리기 위해 FTA 비준안을 이렇게 처리해야 하느니, 이라크 파병은 또 어떠해야 하느니 등등. 모두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난리법석도 이런 난리법석이 없는 것 같다.한 발짝 떨어져 이들의 싸움을 보고 있자면, 각자 내세우는 논리나 입장의 타당성보다 누구 목소리가 큰지 대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종합오락채널 XTM의 ‘제리 스프링거쇼’(금 오전 9시, 월 새벽 3시15분)의 왁자지껄한 싸움판처럼.
미국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이 쇼는 출연자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리얼 토크쇼다. 딸의 남자친구와 사랑에 빠진 엄마, 10년 넘게 한 이불 덮고 살아온 남편이 게이임이 드러나 억장이 무너지는 아내, 결혼식 들러리를 서줄 신랑의 친구와 잠자리를 하게 된 신부, 콜걸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아내 등 일상 생활에서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이 직접 방송에 출연하여 마음 속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사연을 이야기하다 보니 출연자들 사이에 어김없이 거친 욕설과 손찌검이 오가고, 이를 뜯어말리는 스태프들의 노력이 가상하다. 심지어 출연자가 앉아있는 의자를 집어던지고 테이블을 밀어내 스튜디오가 난장판이 되기도 한다.
침착하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근성으로 흥분한 게스트들에게서 은밀한 대답까지 끌어내는 제리 스프링거의 능글능글한 진행 솜씨가 탁월하다. 그는 최근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에 도전해 화제를 낳았다. 방송의 위력을 바탕으로 정치 세계에 도전하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토크쇼의 대명사라고 하면 CNN ‘래리 킹 라이브’(금~일 오후 6시)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Face the Nation’이나 ‘Meet the Press’ (얼마 전 부시 대통령이 출연하여 북핵 외교가 진전을 이루고 있음을 발표했던 프로그램)같은 시사토론은 정치적, 사회적 논점만을 집중 토의하지만, ‘래리 킹 라이브’는 출연자들의 개인적인 측면도 부각시켜 토크쇼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왔다.
유명 정치인에서부터 연예인까지 대중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모두 래리 킹의 초청 대상이다. 이제 고희(古稀)의 고개에 들어선 래리 킹은 올해로 방송 경력 47년째다. 트레이드 마크인 뿔테 안경에 멜빵 차림으로 편안한 입담을 풀어놓고 있는 그의 쇼는 미국에서 매일 밤 100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본다고 한다. 글로벌시대, 영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래리 킹 라이브’에 한 번 도전해 보자.
말이란 하기는 쉬워도 다시 담을 수 없기 때문에 한 번 잘못하면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오죽했으면 불가에선 ‘묵언수행(默言修行)’을 통해 말의 중요함을 깨치려 했겠는가. 말이 많아지는 계절, 자신이 한 말에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마음 가짐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공희정 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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