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1만명의 고용효과가 있는 산업입니다.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휴대폰과 차량용 단말기를 통해 이동 중에도 고화질의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연내 개시 여부가 중대 고비를 맞았다. 총선을 목전에 둔 16대 국회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여전히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위성DMB 법안의 처리시한은 20일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이날까지 관련 법안이 본회의로 넘어가지 못하면 국내 위성DMB 사업은 일본에 선수를 뺏기고 연말까지 공전을 거듭하며 국내 산업은 1조원 가까운 손실을 보게 된다.
이 때문에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까지 나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SK텔레콤에서 위성DMB 사업을 담당해온 배준동 상무는 이날 "일본이 제도적 준비를 끝내고 6월중 시험방송만 남긴 반면, 우리는 세계 최초로 위성DMB용 휴대폰 수신칩까지 개발하고도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DMB 사업을 허가하는 방송법 개정안은 국회 문광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KBS 방송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법안의 통과를 놓고 지리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동안 계속 보류돼 왔다. 그는 "해당 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위성DMB 법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데도 정치적 입장 때문에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성DMB는 지난해 정부가 10대 차세대성장동력의 하나로 채택해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된 분야다. 그만큼 국내의 산업적 역량이 뛰어나고 발전 가능성도 높다. 전경련은 향후 10년간 9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6조3,000억원의 부가가치, 18만4,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통신-방송 융합 산업이기 때문에 멀티미디어 콘텐츠·정보통신(IT) 인프라·휴대용 단말기 등 우리나라가 집중 육성 중인 분야로의 파급효과도 크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어서 국내 통신·방송업체들의 해외 진출 여지도 크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이미 삼성전자가 위성DMB용 수신칩을 개발하고, SK텔레콤과 KT가 위성 DMB 진출을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KT는 현재 구체적 사업 안을 구상 중이며, SK텔레콤은 일본 도시바와 합작으로 3년간 3,200억원을 투자해 다음달 서비스용 위성을 쏘아올리기로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전경련 관계자는 "방송장비 및 단말기 개발 업체들도 위성DMB가 침체된 정보통신(IT) 경기를 되살릴 호재로 보고 연구 인력 확보 및 설비 확보의 조짐을 보였지만 정부의 제도 정비가 늦어지면서 투자를 보류 중"이라고 전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위성DMB
인공위성으로 고품질 영상과 음성을 실은 전파를 중계하는 디지털 방송의 일종이다. 방송 위성에서 신호를 내려 쏘기 때문에 난시청 지역이 없고, 이동 중에도 떨림이나 잡음 없이 고품질의 디지털 화면을 즐길 수 있다. 초소형 수신장치를 탑재한 휴대폰과 차량용 길안내장치(네비게이터) 등을 통해 방송을 볼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이 세계 최초 상용서비스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며, 2010년까지 국내에서만 8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일본 도시바(東芝)와 SK텔레콤이 공동 투자한 세계 최초의 DMB용 방송 위성이 다음달 중순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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