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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전경련의 "내 편 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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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전경련의 "내 편 네 편"

입력
200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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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 "공부하기 힘드니 수업시간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들만 당선된다면 그 학교는 어떻게 될까.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경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국회에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집단소송법처럼 재계의 이해가 걸려 있는 사안에 대해 의원들이 어떤 입장을 보이는지 회원들에게 알리겠다는 것이다. 실제 회원 기업들의 소식지인 '전경련 브리프' 1호에는 집단소송제의 시행시기를 늦추고 소송요건도 까다롭게 하자던 의원들을 재계 입장 지지자로 분류해 놓고 있다. 정부안대로 강행을 주장했던 의원들이 반 재계인사로 구분돼 있음은 물론이다.

전경련식 사고에 따르면 집단소송제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의원들은 '경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에' 국회로 가야 하고 나머지는 '문제의식도 없는 사람들'인 셈이다.

전경련이 친 재계 인사를 지지하고, 노동단체들이 친 노동계 인사를 지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왜 하필 집단소송제가 편가르는 기준이 돼야 하는 걸까. 집단소송제는 분식회계나 주가조작을 하는 기업의 주주들에게 많은 손해배상의 의무를 지게 해 유사행위의 재발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하는 것이다. 반 재계인사로 지목된 의원들 중에는 집단소송제가 한국 기업의 체질을 튼튼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친 재계로 분류된 의원 중에서도 정치자금이나 요구하며 기업을 괴롭히던 인사가 적지 않을 터이다.

'네편, 내편'을 나누려면 적어도 잣대는 객관적이고 누가 봐도 수긍이 가야 한다. 당장에 쓴 약만 준다고 내편이 아니라고 배척한다면 우리나라 국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유병률 산업부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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