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에도 인수합병(M&A)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SK(주)와 현대그룹이 적대적 M& A로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것을 시작으로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자동차, 조선업계, 은행권, 중소기업, 시스템통합(SI)업계 등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대적 M& A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기업마다 누군가의 지분매입 조짐이 보이거나 예상되면 본업인 투자를 유보하면서라도 경영권 방어에 나서는 등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계 자본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경영권 장악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적대적 M& A 사례다. SK(주) 지분 14.99%를 가지고 있는 소버린측이 3월 주총에서 외국인 우호지분의 도움을 받아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대기업이 외국인에 의해 적대적으로 인수되는 첫 사례가 된다. 이 경우 기업이 아닌 일개 펀드가 1,768억원을 투자해 자산 50조원과 계열사 59개를 거느린 재계 3위의 우량 대기업을 삼키는 셈이다.
SK(주)와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현대그룹과 KCC(금강고려화학)가 벌이고 있는 경영권 분쟁도 적대적 M& A범주에 속한다. 현대차 그룹이 자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은 제2대 주주인 미국 다임러크라이슬러사가 추가 지분을 확보, 적대적 M&A를 추진할 가능성에 대비한 포석이다. 두산중공업이 최대 주주로 있는 HSD엔진이 투자수익 차원에서 (주)STX 지분을 사들였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업체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은행권에서는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거래소 상장이나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 코스프, 남한제지, 3soft, 서울식품 등 10여개 중소업체가 개인투자자의 적대적 M& A 천명으로 분쟁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솔루션 개발 벤처기업인 미라콤아이앤씨가 4,000억원대 매출의 국내 4위 SI업체인 현대정보기술을 인수하는 등 시스템통합(SI)업계도 M&A 격랑에 휩싸여 있다. 막강한 그룹사를 가지고 있는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SI업체가 M&A설로 들썩이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M&A 열풍에 대해 기업과 경제에 대한 경영자들의 신뢰를 반증하는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없지 않다. 하지만 단기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 투기성 외국자본 등의 적대적 M&A에 대해서는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