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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비대委에 내분 해법 넘겨/요구 수위 낮춘 소장파… 내홍 새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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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비대委에 내분 해법 넘겨/요구 수위 낮춘 소장파… 내홍 새국면

입력
200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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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내홍 사태가 하루 새 반전을 거듭하며 소용돌이치고 있다. 최병렬 대표가 19일 서울을 떠나 장고에 들어가면서 당권은 진공상태가 됐다. 빈 공간에 소장파 중심 '구당모임'은 물론, '영남중진모임' 등 우후죽순 생겨난 새 계파가 들어서면서 사태는 복잡한 무늬를 띠었다. 이들의 세대결로 당이 더 깊숙한 혼란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한때 나왔다. 하지만 밤까지 각종 모임이 거듭되면서 해법은 뚜렷한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제 2 라운드에 접어든 것이다.이날 밤 한나라당사 주변에선 지역별 의원 모임이 봇물을 이뤘다. 강재섭 의원 등 TK의원 11명이 모인 자리에선 조기 전당대회 개최는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최대표의 거취는 "법적 책임을 다한 뒤 물러날 것을 요구하자"는 식으로 정리됐다.

이규택 의원등 경기지역 의원들도 심야 회동 후 "최대표에게 명예로운 퇴진길을 터주고 비대위를 구성, 향후 당 진로를 결정키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결국 조기 전당대회와 최 대표의 즉각적인 사퇴방안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대신 최 대표에게 새 지도부 출범 때까지 뒷수습을 하는 법적책임을 지도록 한 뒤 명예퇴진토록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변화의 물꼬는 이상배 안택수 김용갑 등 영남지역 의원 34명의 오찬 회동에서 비롯됐다. 모임은 참석자들의 면면 때문에 "친 최(崔) 그룹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오해를 불렀다. 하지만 영남 중진들은 최 대표의 실권(失權)을 기정사실화하고 '비대위→선대위 구성'을 통해 대표의 권한을 넘겨받자는 시나리오에 합의했다. 소장파와 당 분열을 막을 최소한의 공감대는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는 수습방안이 문제였다. 구당모임은 전당대회 소집을 추진하고 있는 데 비해, 영남중진 모임은 "전대는 현실적으로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시 전대 개최를 놓고 충돌을 빚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구당모임은 오후 들어 전체회의를 갖고 요구 수위를 한단계 낮췄다. 이재오 원희룡 남경필 의원 등 26명은 "전당대회 소집은 일단 미정으로 남겨놓고 먼저 비상대책위를 구성한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의 거취에 있어서도 "정치적으로는 즉각적인 퇴진"이라면서도 "최 대표에게 역할이 주어질 지는 추후 논의키로 했다"고 부연해 영남중진과의 접점을 찾았다.

그럼에도 분란이 다시 확산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날 열린 각종 계파모임이 근원적으로는 '포스트 최'의 빈 공간을 선점하려는 당권 경쟁의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을 미루고 있는 최 대표의 거취도 아직은 변수로 남아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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