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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삼성 광주전자 청소기 사업부 "작은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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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삼성 광주전자 청소기 사업부 "작은 성공"

입력
200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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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시장을 찾아 나가는 '탈 한국 엑소더스'가 기업의 생존전략으로 자리잡은 요즘 이 땅에서 제조업을 하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올 초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의 실무 사령탑에 오른 시스템가전사업부 이문용(52·사진) 부사장은 "저렴한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저가 공세를 제조경쟁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기업인이다. 삼성 광주전자 진공청소기 사업부는 5년 넘게 다양한 혁신작업을 계속해 지난해 하반기 중국보다 낮은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작은 기적'을 이뤄냈기 때문이다.중국 앞지른 생산성

광주전자의 진공청소기 사업부는 90년대 후반 중국 업체가 저가의 가전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하자 가격 경쟁력의 열세로 한때 존폐의 기로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였다. 1999년부터 사업부 전체가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들어갔다. 우선 주목한 부분은 부품을 만들어내는 사출공정의 개선. 새로운 사출 공법 개발로 재료비와 가공비를 50% 이상 낮출 수 있었다.

이어 제조공정 혁신작업에 들어갔다. 라인 자동화로 당초 12∼13명이 필요하던 라인에 2∼3명만 배치해도 충분하도록 공정 효율화를 기한 덕분에 한 제품이 나오는데 불과 10초도 안 걸리게 됐다.

저가의 가전제품이 대부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만들어지는 요즘에도 광주전자의 청소기 사업부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을 고집하며 세계 시장에서 매년 판매량이 50% 이상 늘어나고 있다.

99년 150만대에 머물렀던 판매량은 지난해 800만대로 늘어나 일본의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진공청소기 하나만으로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이 부사장은 "꾸준한 체질강화 노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1인당 생산성이 중국의 6배를 기록하며 인건비가 한국의 11분의 1에 불과한 중국산보다 원가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격경쟁력에 맞서 제조경쟁력을 높여야

이 부사장은 "광주전자 청소기 사업부의 성공은 사업부 규모가 작아서 가능했던 '작은 실험'"이라며 "삼성전자는 앞으로 생활가전 모든 분야에서 제조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생활가전은 2000년부터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기지가 급속도로 해외로 이전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 이 부사장은 "내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물류비용 등을 감안하면 생활가전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밖에 없다"며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제조경쟁력 확보가 키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 노력을 멈추는 순간 경쟁력을 잃는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쫓아온다고 사업장을 무조건 해외로 옮기는 것보다 제조·기술·원가의 혁신으로 경쟁력만 높이면 얼마든지 추격을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남양호 수석연구원도 "핵심기술과 부품, 설비 등의 우위를 확실하게 갖지 못한 상황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은 수명연장에 불과하다"면서 "제조기술 기반으로 원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원=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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