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로 가는 지름길'로 통하던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 입시 열풍이 크게 가라앉을 전망이다. 정부가 학생 선발 및 교과운영 방식을 뜯어고쳐 대학입시 위주로 파행 운영되던 특목고의 설립취지를 살리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제는 특목고를 의대나 법대 진학 코스로 삼기 곤란해졌기 때문이다.특목고와 입시 전문학원들은 18일 교육부의 전격 발표에 충격을 받은 듯 잇달아 대책회의를 갖는 등 종일 부산했다. 서울 대원외고, 서울외고 등 6개 외국어고 교감은 이날 저녁 긴급 모임을 갖고 특목고에 미칠 악영향과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서울외고 조태식 교감은 "교육부 대책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우수학생 지원비율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입시 전문학원에는 특목고 진학을 준비하던 중 1·2학년생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2년 전부터 외고 진학을 준비해 온 서울 양천구 월촌중 2학년 김모(14)군은 "의대에 가고 싶어 50명 이상 의대에 보낸다는 명덕외고를 목표로 공부해 왔다"며 "앞으로 특목고생이 대학에서 외국어나 이공계 분야를 전공하지 않을 경우 크게 불리하기 때문에 일반계 고교로 진학할까 심각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목고 입시반을 운영 중인 대치동 A학원 원장은 "대입 전형의 불리함을 감수하고라도 우수학생이 몰려 있는 특목고로 진학해야 하는지, 아니면 일반계 고교로 방향을 전환하는 게 유리한지를 묻는 전화가 많았다"며 "이번 대책으로 초등학교 3, 4학년 때부터 특목고 준비에 나서는 과열 선행학습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외고입시 전문학원의 B원장은 "오전에 긴급 교사회의를 열어 특목고 준비반을 대폭 줄이고 일반계 과정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목고 내부에서는 입시 열풍의 거품을 제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입 전형에서 특정 계열 진학만 유도하는 것은 기회 균등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일외고 김모 교사는 "과학고나 외국어고 학생들이 해당 분야만 공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외국어는 기본학문으로 무엇을 공부하든 필요한 것인 만큼, 의대 등 자연계열로 가는 것은 규제하더라도 법대나 상경계열 진학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2008학년도 대입부터 어문학이나 이공학부 등 동일계열로 진학하는 특목고생에겐 가산점을 주는 대신, 의대나 법대 등을 지원할 경우 상대평가 적용 등 내신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중3 학생들은 외국어나 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경우에만 특목고 준비를 하는 게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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