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보도 파문으로 물러난 이사장의 후임을 공모하는 가운데 유력 일간지 더 타임스가 'BBC 이사장이 되기 위한 5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더 타임스는 17일 차기 이사장이 BBC의 진로를 좌우할 로열 차터(왕실칙허장)를 개정하는 중책 등을 맡게 된다면서 후임 이사장의 몇 가지 자격을 제시했다.가장 먼저 거론한 것은 풍부한 국제 경험이다. 미국의 CNN, 다국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스카이 TV 등과 경쟁하면서 세계정상의 BBC를 이끌기 위해서는 국제적 안목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이어 연간 30억 파운드(6조원)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경영마인드와 정치적 중립성을 각각 꼽았다.
토니 블레어 현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이었던 개빈 데이비스 전임 이사장과 그레그 다이크 전 사장이 자신들을 총리측근으로 간주하는 시선을 의식하다가 정부와 정면 충돌한 뒤 결국 오보 파문 속에 불명예 퇴진했기 때문에 정치 풍향에 흔들리지 않은 후임자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는 언론에 대한 깊은 이해가 꼽혔다. 세계 공영방송을 선도해온 BBC의 책임과 한계, 언론 자유와 편집에 관한 성찰 없이는 BBC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설득력이 제시됐다.
더 타임스가 이례적으로 이처럼 완벽한 자격요건을 제시한 것은 BBC에 대한 영국민의 기대가 최근 유례없이 높아진 점을 반증한다.
한편 BBC가 최근 연봉 8만1,320파운드(1억7,000만원)의 새 이사장을 4월까지 공모한다는 광고를 낸 이후 영국 언론계는 패트리셔 호그슨 전 ITC 회장, 보수성향의 정치인 크리스 패튼 등을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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