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는 700여년 동안 도읍을 두 차례 옮겼다. 고구려의 후신인 발해는 4차례나 천도해 우리 역사상 가장 여러 번 수도를 옮겼다. 백제는 웅진(공부)과 사비(부여)로 천도했고, 익산으로 또 도읍을 옮길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 신문왕은 달구벌(대구) 천도에 욕심을 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수도를 옮기는 일은 1,5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숱한 논란과 저항을 불러 일으킨다. 고대 국가들이 수도를 옮긴 절박한 사정은 무엇일까?한국고대사학회는 19, 20일 영남대 국제관 대회의실에서 '고대동아시아의 천도'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논란이 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고대 국가의 경험에 비추어 살펴보자는 취지다. 학술대회에서는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가 천도를 결정한 배경과 과정을 재검토하며 중국과 일본 학자도 참가해 북위와 일본 고대 국가의 천도 원인과 의미 등을 짚어본다.
'고대 천도의 역사적 의미'를 주제로 기조 강연하는 성균관대 김영하 교수는 "천도가 의미를 가지려면 우선 정도(定都)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며 "고대사회에서는 비옥한 토지를 구하고 풍부한 물산을 확보하려는 경제적인 이유와 험하고 높은 산세로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으려는 군사적인 이유가가장 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왕과 귀족, 귀족과 귀족 갈등 등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천도한 경우도 있다"며 "고구려 장수왕이 평양성으로 옮기며 귀족 세력을 제압하고 왕권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지금의 행정수도 이전은 지방의 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 남북통일 이후에 대비한 것인지 우선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하며, 이전 이후 새 수도의 성격을 완전히 독자적인 수도로 할 것인지 별도(別都)나 복도(複都)의 성격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술대회에서는 첫 날 한국외국어대 여호규 교수가 '고구려사에서의 천도'를, 중국 저장(浙江)대 리핑(李憑) 교수가 '북위 천도의 원인과 의의'를, 충남대 김수태 교수가 '백제의 천도'를 발표한다. 둘째 날에는 일본 나라(奈良)여대 타테노 가즈미(館野和己) 교수가 '일본 고대의 천도'를, 상주대 이영호 교수가 '신라의 천도 문제'를, 서울대 송기호 교수가 '발해의 천도'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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