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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통업계 "지각변동" 美 2위 싱귤러, AT&T와이어리스 인수 1위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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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통업계 "지각변동" 美 2위 싱귤러, AT&T와이어리스 인수 1위 올라

입력
200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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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세계 이동통신 업계가 구조조정의 열풍에 휩싸였다. 국경과 대륙을 넘나드는 업체간 합병과 1위 업체에 맞선 2·3위간 합병이 추진되고 있으며, 막대한 자본을 들여 해외 진출에 나섰던 업체들의 패퇴도 이어지고 있다.18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내 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싱귤러는 이날 49조2,000억원(410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해 3위 업체인 AT&T와이어리스를 인수했다.

이는 AT&T와이어리스의 현재 주식가치보다 30% 가량 비싼 가격이다. 매각 가격은 당초 300억 달러 내외로 예상됐으나 유럽 제1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보다폰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급상승했다.

싱귤러와 보다폰이 이처럼 거액을 들여 7조2,000억원(60억 달러)의 부채까지 진 AT&T와이어리스 인수에 나선 것은 덩치가 곧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이동통신시장의 현 상황 때문이다.

2000년을 전후로 호황을 누렸던 이동통신시장은 사업자 난립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심각한 불황에 빠졌다. 생존을 둘러싼 업체들간의 요금 인하 경쟁으로 채산성이 악화했는데도 3세대 이동통신 등 신규 시장에 막대한 사업비를 쏟아 부으면서 재정적 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이는 현금 흐름이 나쁜 후발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일본 제1의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가 이번 인수 결정 소식에 AT&T와이어리스의 지분 16%를 모두 처분하고 미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도코모는 지난 4년간 AT&T와이어리스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미국 진출을 모색해 왔으나 경색된 시장 여건 때문에 계속 망설여왔다.

그러나 싱귤러가 이번 인수로 버라이존을 제치고 38조4,000억원(320억달러)의 매출에 4,60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로 부상하자 NTT도코모는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NTT도코모는 지분 매각으로 7조5,350억원(6,850억엔)을 돌려 받지만 본래 12조1,000억원(1조1,000억엔)을 출자했던 만큼 결국 4조8,400억원(4,400억엔)의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사태는 세계 이동통신시장의 경쟁환경이 극단적 상황에까지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며 "국내에서도 3세대 이동통신으로의 이전 과정에서 업체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어 곧 구조조정의 요구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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