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총선 출마를 않는다고 한다. 공천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하는, 피동적인 모양이라 아쉽지만 이를 계기로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절호의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 대표는 엊그제 당 회생 방안으로 이회창 전 총재의 책임론을 내놓는 빗나간 발상으로 당 내외의 거센 반발과 비난을 자초했다. 한나라당은 최 대표의 총선 불출마라는 비상한 결심을 함으로써 이제라도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됐다.중요한 것은 최 대표의 2선 퇴진이나 백의종군 등으로 나오는 당내 권력역학의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의 현실은 대표의 전국구 출마마저 당 기구에 의해 거부될 만큼 절박한 것으로, 이런 차원을 훨씬 넘어서 있다. 최 대표야 자신의 의원직 문제까지 희생해야 하는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처지와 시대의 대세, 국민적 요구는 너무나 드세다. 당이 살아야 하는 길이 따로 있는 것이라면 안타깝지만 이를 거역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특정 정당에 대한 기호와는 전혀 다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치의 부패, 정권의 실정, 야당의 무능과 불능이 나아질 수 있다는 미래가 불확실한 한 그 절망감은 제1당에 대한 원성과 질타로 갈 수밖에 없다. 반면 '차떼기'의 대죄(大罪)를 반정권 투쟁 정도로 호도하려는 시도가 최 대표의 한나라당이 가진 안일한 착각이 아니었나 여겨진다. 한나라당이 겪는 진통은 주어진 과제를 게을리 했던 탓에 당하는 당연한 귀결이자, 오히려 때늦은 감마저 있다.
대표 퇴진으로 모아지는 소장파와 중진들의 일치된 목소리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는 자신들도 잘 알 것이다. 파괴든, 창조든 전당대회가 유일한 수습책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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