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성자'로 불리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유작 '희생'은 바흐의 '마태 수난곡' 중 제 39곡 '나의 하느님,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로 시작한다. 상한 영혼을 위로하듯 낮고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바이올린 독주 선율에 이어지는 노래는 비탄으로 가득 차 있어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감동할 수 밖에 없다.수난곡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기까지의 이야기를 묘사한 극음악이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은 마태복음 26, 27장을 바탕으로, 예수가 제자들에게 자신이 겪을 십자가 고난을 예고하는 것부터 예수의 체포, 재판, 처형, 매장까지를 전체 2부 78곡에 담고 있다. 합창과 관현악, 6명의 독창이 등장하며, 연주하는 데 3시간 이상 걸리는 대작이다. 바흐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마태·누가·마가·요한의 4대 복음서에 견주어 '제 5 복음서'로 불리기도 한다.
3월 16, 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바흐의 마태 수난곡 전곡을 들을 수 있다. 바흐가 죽을 때까지 27년 간 칸토르(합창장)로 재직했던 라이프치히의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향악단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은 바흐가 훈련시켰던 바로 그 합창단이다. 성 토마스 교회 부속 기숙학교의 8∼18세 소년들로 이뤄져 있으며 바흐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연주한다. 바흐는 1729년 성 토마스 교회에서 이 곡을 초연했다. 초연 이후 거의 잊혀졌던 이 곡은 100년 만에 부활한다. 1829년 베를린에서 당대의 명지휘자이기도 했던 멘델스존이 지휘한 연주회 이후 이 곡은 부동의 신성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바흐가 죽기 7년 전인 1743년 창단됐으며 멘델스존이 지휘자를 맡은 뒤로 최고의 악단으로서 명성을 떨치게 된다.
바흐가 이 곡을 초연했을 때 라이프치히 시 당국은 불만스러워했다. 음악이 너무 길고 극적이라고 투덜댔다. 당시 바흐는 라이프치히 시 당국과 불화를 겪고 있었다. 칸토르는 시가 고용한 공무원으로서 성 토마스 교회의 음악감독 역할 뿐 아니라 부속 학교 학생 지도, 시 당국의 공식 행사 음악 준비도 해야 하는 자리였는데, 바흐는 온갖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 겸 공무원 노릇을 좋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바흐를 못마땅해 하던 시 당국은 마태 수난곡 초연 이듬해 직무태만을 이유로 바흐에게 감봉 처분을 내렸다.
멘델스존의 베를린 연주회에 참석했던 유명한 철학자 헤겔도 이 곡의 가치를 몰랐다. 헤겔의 감상평은 "이 음악은 신통치 않아. 음악은 상당히 진보했는데, 움직임이 썩 자연스럽지 않군."이었다.
바흐와 동시대 작곡가 텔레만은 바흐가 죽은 이듬해 지역 신문에 실을 추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잠들어라, 그대의 명성은 몰락과는 인연이 없으리라."
예언대로 되었다. 이번 연주회는 성 토마스 교회의 제 16대 칸토르인 게오르크 크리스토퍼 빌러가 지휘한다. 4만∼14만원. (02)599―5743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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