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정원 등에 통화조회 내역을 제공한 사실을 조사하기위해 이동통신 3사를 방문한 국회 과기정통위 의원들은 고성과 몸싸움 끝에 빈 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국정원이나 정통부에 가보라"며 버텼다.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가입자의 인권 보호였다.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따라 자료를 주면 우리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하소연도 했다.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내 통화조회 내역만이라도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허사였다. 전화 소유주 자신이 조회 여부를 알려 달라는 것조차 거부하는 통신회사들의 경직된 태도에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정보기관으로선 더욱 껄끄러울 수 있는 감청의 경우에도 끝난 뒤 1개월 안에 당사자에게 감청 사실을 통보토록 규정하고 있다.
통신회사측도 헌법 18조가 "모든 국민은 통신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로선 "그냥 법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데 괜히 국회와 정보기관 간의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지는 격"이라며 볼멘 소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현장 검증을 막무가내로 가로막으면서 계속 '국가기관' 운운하는 태도를 보면 이들이 국민의 기본 인권은 제쳐둔 채 힘있는 국가기관만 무서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만에 하나 정보기관들은 가만히 있었는데도 통신회사들이 알아서 긴 경우라면 비난의 소지는 더욱 커진다. 국회에 대해 연신 준법을 강조하던 통신회사 사람들이 정보기관들의 편법·탈법적인 요구가 있을 때에도 과연 법을 방패 삼아 잘 버티는지도 궁금하다.
범기영 정치부 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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