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이나 캐나다 등 해외에 유학ㆍ어학연수 비용으로 국내에서 송금한 돈이 32%나 급증, 2조2,000여억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학ㆍ연수 목적의 송금액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편법 송금한 부분까지 감안하면 실제 송금액은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재정경제부 관계자는 17일 “해외에 체류중인 유학생 자녀에 대한 송금이 지난해에도 급증, 유학ㆍ연수 목적의 해외 송금액이 18억7,0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이는 2002년(14억1,000만달러ㆍ1조6,970억원)에 비해 32%나 늘어난 것이며, 지난해 교육부 예산의 10분의1에 달하는 규모이다.
해외 유학생에 대한 송금은 99년 8억7,000만달러에 그쳤으나, 2000년 9억3,000만달러, 2001년 10억6,000만달러 등으로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해외 유학ㆍ연수 송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여건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이 확산되면서 초ㆍ중ㆍ고등학생 등 조기유학생을 중심으로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99년 12만170명이던 대학 이상 유학생(어학연수 포함)은 2002년에는 15만5,327명으로 20%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러나 98년 1,562명에 불과하던 조기 유학생은 2002년 1만5,000명을 넘어서고, 지난해에는 2만명을 넘어서는 등 기하급수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돼 조기 유학이 유학 송금 급증의 최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송금까지 감안하면 유학 송금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난다는 점. 재경부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들은 유학송금 등으로 지난해 빠져 나간 실제 외화가 30억~40억달러(3조6,000억~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가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외화(155억달러)의 25%에 달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필요한 외화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교육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며 “획일적인 평준화 정책의 완화와 교육시장 개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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