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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교수 개인전/캔버스에 담은 한국 현대사 10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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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교수 개인전/캔버스에 담은 한국 현대사 10장면

입력
200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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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참여 미술 운동을 해온 화가 김정헌(58·공주대 미술교육과 교수)씨가 7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18일 개막해 3월1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제5회 개인전 '백년의 기억'에서 그는 1894년 동학혁명부터 2002년 서울시청 앞 광장의 월드컵 응원전과 촛불 집회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약 10년 단위로 묶어 재구성한 작품 10점을 선보인다. 동학혁명 당시 체포돼 전주 감영에 도착한 직후 사진에 찍힌 녹두장군 전봉준의 모습처럼 교과서나 신문 등을 통해 낯익은 장면을 담은 김정헌식 역사화다.

김정헌은 1980년대 '큰 그림'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공주교도소 대형 벽화를 제작하는 등 민중미술 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번 개인전은 탈(脫)정치화라는 요즘의 흐름을 거스르며 그가 '여전히' 사회와 역사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은 "역사 현장에 참여한 개개인의 관점에서 다시 쓰는" 김정헌식 역사 읽기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당시 사진이나 자료를 뒤져 기록한 역사적 장면의 주체는 민중이다. 그가 선보인 그림의 주제는 동학혁명, 항일의병, 3·1운동, 해방과 독립투사의 출옥, 한국전쟁의 피난행렬, 4·19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붉은 악마의 응원전과 촛불시위를 가능케 한 서울시청 앞 광장 등이다.

김씨는 이번 전시가 그저 그림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과 소통하는 '교육미술전'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림마다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이름없는 화자(話者)의 목소리를 빌어 얘기를 풀어놓으며 관객에게 말 걸기를 시도한다. 전봉준을 압송한 교군꾼, 동학교도 출신의 의병, 창씨개명하러 가는 학생, 전란을 피해 대동강 철교를 건너는 아낙,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재판받는 대학생, 시청 앞 광장 촛불집회에 참석한 화가 자신 등이 이야기꾼으로 등장한다.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때론 익살맞기까지 해 역사의 비극성을 초월하는 듯 하다.

말 풍선이나 의성어 혹은 동그라미 무늬, 머리핀 등의 소품 채색은 회색톤 바탕 그림이 전하는 역사의 무게를 덜어준다. (02)736―1020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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