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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교육관부터 확고히 정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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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교육관부터 확고히 정립을

입력
200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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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10개 과제로 정리된 대책에는 아주 구체적인 것도 있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추상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친 것도 있다. 이번 대책은 한마디로 말해, 우선 당장 과외 교육에 뒤지지 않을 교육기회를 거의 무료로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학교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팽창한 사교육 수요는 급한 대로 학교가 싼값에 막을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학교 교육을 국민이 믿을 수 있게 혁신함으로써 사교육에 대한 수요 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이번 대책에 대해 '여전히 새로운 것이 없다'는 비판이 일 듯하다. 사실 이번 대책에서 이전에 제안되지 않았던 것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정책적 입장은 지지할 만하다. 교육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사교육비 문제가 우리 공교육의 근원적 문제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

사교육비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깜짝 묘수를 보이겠다는 과욕이나 조바심은 이제 버린 듯하다. 사교육비 문제는 궁극적으로 공교육의 내실화를 추구하는 일관된 정책을 통하여 완만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받아들이고 있다. 어쩌면 진부하다고 할 수 있는 이런 입장은 그동안 조령모개 증상을 보여온 우리 교육정책을 치유할 요긴한 시각이다.

교육부의 근본적 입장을 환영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단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주요 대책들, 이를테면 방송 강의와 수준별 보충 수업 등이 과거 10년 가까이 논의되고 시도되었던 방안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시도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방안들이 이번에 좀 더 보완되고 상세화되었다고 하지만, 그 기본 구도에 변화가 없는데, 제대로 기대 효과를 내리라고 보장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과거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조건들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검토 없이 방안들을 재탕하는 것으로는 급한 불 끄듯 하는 효과일망정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더 근본적으로 걱정이 되는 것은 그것들이 학교 교육에 대한 근원적이며 종합적인 비전을 품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이번 대책의 초점은 누차 언급됐듯이 학교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강조되는 '경쟁력'이란 과연 어떤 경쟁력인가? 학원이나 개인교습과 같은 이른바 사교육에 견주는 경쟁력이라고 이해해서 틀림이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의미의 경쟁력을 지니도록 학교 교육을 변화시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사교육과 본질적으로 다름없는 일을 학교가 잘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교육정책의 방향이 되어야 하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학교 교육에 대한 비전을 세우지 않은 채 온갖 대책들을 강구할 때 나타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정책의 오락가락하는 관행이 계속된다는 데 있다. 이번 경우도, 특히 입시와 관련된 대안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과거와 반대의 방향으로 정책을 이동시키는 양상이 나타난다. 어려운 수능 체제를 쉽게 준비할 수 있는 수능 체제로 변화시킨다든가, 학교 내신 '밖'의 전형 자료가 차지했던 비중을 내신 자료로 옮기는 등의 대안들이 그러한 모습이다.

지금의 문제가 현행 제도를 거꾸로 돌린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은 우리의 이제까지 정책 경험이 이미 깨우쳐주고 있다. 확고한 학교 교육관 위에서 교육환경의 일시적 흔들림에 구애되지 않고 일관되게 정책을 끌어나갈 수 있는 관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사교육비 걱정에 앞서 교육에 대하여 갖는 우리 자신의 교육관을 걱정하여야 할 것이다.

강 태 중 중앙대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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