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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新유목정치 시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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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新유목정치 시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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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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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나, 아직 우리 정치권은 선거 광장에 내놓을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 간의 이념, 정책의 차별성도 크게 보이지 않고, "누가 더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했느냐"정도가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총선이 정책과 비전의 선택지 없이 깨끗한 사람을 뽑는 미인대회로 끝나야 할 한가로운 선거는 아니다. 2004년 총선은 소위 '87년 체제'로 불리는 3김시대 이후의 한국 정치의 틀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부여 받고 있다.3김시대에 선거경쟁이 제도화되었고, 정치의 문민화가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농경시대의 정치 유산과 왜곡된 산업화 시대의 정치를 청산하지 못했다. 농경시대의 정치는 주어진 수확량을 둘러싼 제로-섬적인 분배의 정치였다. 자연히 타협이 어려운 정치, 우리와 남, 내부 집단과 외부 집단을 구별하고 차별하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연고집단의 정치가 주를 이루었다. 3김시대가 물려준 가신정치, 패거리 정치, 지역할거 정치는 농경시대 정치의 유산이다.

산업화는 거대 조직의 정치를 물려주었다. 포드주의적 조립생산방식으로 표를 동원하기 위해서 정당조직이 거대화, 중앙집권화, 관료화되었다. 더구나 표를 조직하는데 있어서 서구와 같이 계급이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함으로써 이익정치가 나타나지 않고 타협의 정치가 실종되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논의되어야 할 3김시대 이후 정치의 비전과 틀은 우리 정치에 잔존하고 있는 전근대를 청산하고, 근대를 완성하며, 탈근대에 진입함으로써 선진 민주주의와의 시간적 지체현상(time lag)을 극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정치권이 새로운 정치 틀을 설계할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신유목사회'의 등장이다. 세계화라는 외부적 충격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혁명으로 한국에서 신유목사회가 출현하고 있다. 이미 3,000만명의 한국인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네티즌으로 변모하고 있고, 지리적으로, 직업적으로, 계층적으로, 그리고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상으로 엄청나게 이동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초국가,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NGO) 간의 고정적 경계가 해체되고 유동적 경계로 바뀌고 있다. 5,000년 간 지속되어온 정착사회가 신유목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신유목사회는 작고(小), 빠르고(速), 신축적이며(柔), 열려있으며(開), 포용성이 높은(包) 사회이다. 직업, 주거, 국경, 계층을 바꾸고 이동하면서 교류, 교환, 교역, 소통을 통해서 행복을 추구하는 신유목민에게 공간과 조직은 중요하지 않고, 빠르게 접속하여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직업, 주거, 국경을 넘어서 모르는 사람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신유목민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열린 포용적 인간이다.

새로운 정치 틀은 이러한 신유목사회를 수용할 뿐 아니라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디지털을 이용한 거대 조직의 정치 파괴, 쌍방향 소통을 통하여 국민의 요구에 빠르게 응답하는 정치, 하나의 원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상, 제도, 문화가 어우러져 하나로 통일되어가는 다원주의 정치, 폐쇄적 연고 정치가 아니라 모든 아웃사이더 집단에게도 개방된 정치, 서로의 생활양식, 가치관을 존중하면서 함께 문화를 조립하는 포용의 정치를 특징으로 하는 신유목적 민주주의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비전, 전략, 방법론이 이번 총선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열린우리당의 당의장이 "몽골기병론"을 내세우며 빠르게 응답하는 정치를 선보이면서 그 당의 지지도가 올라갔다고 한다. 이는 신유목적 민주주의가 이번 선거의 화두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임 혁 백 고려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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