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차범근), 이제 시작입니다."차두리(24·프랑크푸르트)가 많이 변했다. 체력과 스피드만을 앞세운 투박한 축구를 하던 2002한일 월드컵 때와는 딴판이었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에 몸담은 이후 경기를 읽는 능력과 패스, 슈팅 등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차두리는 이날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선발 출격,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전반 32분 이영표의 크로스를 솟구치며 헤딩슛, 첫 골을 뽑아내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다. A매치 26경기에 출장, 2002년 4월(코스타리카전)이후 국가대표로서 두번째 골. 차두리는 이후 상대 진영을 휘저으며 수차례 득점 찬스를 제공했다. 특히 후반 15분에는 골이나 다름없는 날카로운 헤딩슛을 날리며 레바논 진영을 흔들었다. 비록 골키퍼의 손에 걸렸지만 관중석에서는 "차두리"를 연호하는 함성이 터졌다. "월드컵 4강 진출은 어제 내린 '눈'일 뿐"이라는 차두리에게 '제2의 차붐'을 일으키겠다는 각오가 배어 있다.
"이제는 (홍명보 형처럼) 골 넣는 수비수로 불러주세요."
차세대 수비수 조병국(23·수원)이 마음고생을 털고 마침내 활짝 웃었다. 대표팀의 3백 수비라인을 이끌고 있는 조병국은 이날 후반 5분 박지성의 코너킥을 뛰어들면서 머리로 방향을 틀어 두 번째 골을 신고, '자책골의 명수'라는 불명예를 한 방에 날려보냈다.
조병국은 한일월드컵 직후 홍명보의 대를 이을 차세대 중앙수비수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잇단 불운으로 선수 생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서 한일전 자책골을 기록한 것. 4월16일 한일간 A매치(0―1패)때 문전에서 걷어낸 볼이 상대 공격수의 발에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었고, 7월23일 올림픽축구 한일전(1―1 무)에서도 상대가 스루패스한 볼에 무심코 발을 댔으나 자책골로 연결됐다. 하지만 유상철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인해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가 발탁된 오만전에서 무실점 방어를 이끌며 재기에 성공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