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8일 취임 후 첫 '국회 신고식'을 치렀다. 이 부총리는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선거를 위해 일하지 않겠다"며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로 신중하면서도 강력한 '이헌재식' 처방을 밝히고, 쏟아지는 의원들의 공세에 참여정부를 '방어'하는 노련함도 보여줬다.그러나 "총선용 정책전문가이자 가면 쓴 서부 총잡이", "장차관 나으리들의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비정규직 취업", "총선 올인전략에 따라 기용된 또 다른 악역"이라는 의원들의 공격도 이어졌다.
그는 우선 경제 전반에 대해 김진표 전 부총리에 비해 다소 비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이런 상태로 끌고 가면 5% 성장도 어렵다"며 "일자리는 예전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가 5% 대 성장을 낙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또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물리적으로는 어려웠어도 정책적으로 풀기에는 비교적 쉬웠다"며 "오히려 막연한 불안감이 팽배한 지금이 문제를 풀어 나가기엔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운용 스타일에 대해 "김 전 부총리는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완벽한 정책을 찾으려고 노력한 반면 나는 완벽을 추구하지 않고, 필요할 때 필요한 대책을 언제든지 내놓겠다"며 정책 타이밍을 강조했다.
이번 국회 데뷔전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성장론자이자 보수층인 이 부총리가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을 지 여부였다. 이 부총리는 "노 대통령을 좀 옹호해도 되겠느냐"고 운을 뗀 뒤 "인수위 시절 진보학자를 중심으로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대통령이 된 후 합리주의·실용주의 노선, 개방적이고 기업 친화적인 자세를 보였고 노사문제에 있어서도 결과적으로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고 말했다.
각종 경제현안에 대해서는 기존 정책의 '큰 틀'을 유지하고,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도록 힘을 북돋워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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