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배우고 연구하고, 배운 것을 이웃들에게 베풀 겁니다."80세 고령으로 20일 단국대 식품영양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는 김기일옹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공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2000년 76세에 박사과정에 들어가 화제가 됐던 그는 4년 연구 끝에 '요료법이 고혈압과 혈청지질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을 완성해 꿈에 그리던 '박사님' 대열에 오르게 됐다.
김옹은 논문에서 정상인과 고혈압 성인 9명에 대해 6개월간 소변을 매일 한 컵 이상 마시게 하는 임상실험을 한 결과 요료법이 고혈압군의 체중과 혈압, 혈청,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상당히 감소시킨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백발이 성성한 그는 "노인이 박사 공부를 한다니까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매스컴까지 야단이어서 부담이 컸다"며 "하지만 대학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이 신기하고 새로운 건강 정보를 주는 것이어서 공부에 희열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지난 4년 동안 매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도서관과 실험실을 오가며 연구하는 일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김옹은 1954년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뒤 91년까지 37년간 중·고교 생물교사를 지내며 중등 생물 교과서와 과학 참고서를 저술할 정도로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해왔다. 86년에는 61세에 한양대 교육대학원에서 생물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91년 우연히 요료법을 접한 그는 자신의 소변을 직접 마신 뒤 건강이 좋아진 것을 체험하고 나서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싶어 단국대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김옹은 "5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 요로법 학회에서 박사 논문을 발표하는 등 노벨 의학상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노인대학과 기업체 등에서 건강 강의1를 하고 건강 서적을 써서 요료법을 보급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김옹은 "뒷바라지 하느라 애쓴 아내(78)와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하게 지도해 주신 교수님들, 임상실험에 협조해 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학위는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헛된 인생을 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최기수기자mounta@hk.co.kr
"공부에 나이 제한이 있나요? 하루 서너 시간만 자고 공부해도 피곤한 줄 몰라요."
20일 서울 마포 양원주부학교 고등반을 졸업하는 신평림(73) 할머니는 지난해 4월 고입검정고시에 최고령자로 합격한 데 이어, 내친 김에 대입검정고시까지 단숨에 붙겠다는 생각에 요즘 매일 새벽 2∼3시까지 책과 씨름하고 있다.
1945년 전남 영암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했던 신 할머니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건 순전히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요즘 간판이 다 영어로 돼 있어 매일 그 앞을 지나치면서도 뭐 하는 곳인지 모르는 것이 가장 답답했어요. 4년 전 우연히 영어학원 광고지를 보고 무작정 찾아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지요."
신 할머니는 2002년 3월 양원주부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고입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그 해 8월 첫 시험에서 한 과목 과락으로 고배를 마셨지만 이듬해 4월 두 번째 시험에서 당당히 '전국 최고령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경기 광명 집에서 학교까지는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 1시간 이상 걸리지만 할머니는 단 한번도 지각이나 결석을 한 적이 없어 이번 졸업식에서 덕행상과 개근상까지 타게 됐다.
신 할머니는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노인복지관 같은 데서 영어나 한문 강사로 봉사하는 것이 마지막 소망"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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