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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外島/빨간 동백 만발한 "내마음속 지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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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外島/빨간 동백 만발한 "내마음속 지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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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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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찬바람이 매섭게 불지만 이미 겨울의 그것은 아니다. 한 풀 꺾인 바람은 봄을 재촉한다. 제주에서 시작된 봄소식이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남해의 외딴 섬 외도로 봄맞이를 떠났다. 성큼 다가온 봄 기운을 온몸으로 맞기 위해서다.외도는 경남 거제시에 속하는 자그마한 섬이다. 거제의 대표적인 포구인 구조라에서 직선 거리로 4㎞ 가량 떨어진 바깥에 있다고 해서 밖섬이라고 불렸다. 얼마나 하찮은 섬이었으면 변변한 이름도 얻지 못한 채 밖섬이라고 불렸을까. 하긴 거제에는 해금강, 대소병대도 등 경승지로 유명한 섬들이 많고 외도와 거제 사이에 내도라는 섬도 있으니, 외도라는 이름이라도 얻은 것에 감지덕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거제 관광은 외도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외도와 연계되지 않은 해금강관광은 찾기 힘든다. 폭풍이 심해 외도관광이 취소되면 거제지역 상권이 큰 타격을 입을 정도. 한 여행업체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해 가장 많은 여행객이 다녀간 관광지로 외도가 선정됐다. 30여년 전만 해도 8가구의 주민들만 살던 무명의 섬이 일약 한국의 대표 관광지가 된 이유가 무엇일까.

구조라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외도로 향했다. 섬까지 가는 데 불과 15분 남짓. 겉으로 보는 외도의 모습은 너무도 평범하다. 깎아지른 기암절벽, 섬 앞으로 아담하게 펼쳐지는 해수욕장 등 흔하디 흔한 정경도 없다. 그러나 배가 선착장에 닿으면서 드러나는 외도의 속살은 단번에 이 같은 선입견을 날려버린다.

외도에 발을 딛는 순간 지중해로의 공간이동을 체험한다. 빨간 기와와 하얀색 아치형 정문. 매표소이다. 이런 앙증맞은 매표소가 세상에 또 있을까.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4개의 ?C퓜걋?모두 흰색이다.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본다. 흰색 건물과 푸른 바다. 지중해를 떠올린다. 가보지 않았으면 어떠랴. 내 마음속의 지중해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섬 입구 코카스가든에 피어있는 야자수가 관광객을 반긴다. 추운 날씨에서는 자랄 수 없는 야자수를 보는 순간 이미 겨울은 없다. 선인장동산에 살포시 숨어있는 용설란이 꽃봉오리를 맺었다. 겨우내 머금고 있던 매화 꽃잎도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달쯤 절정을 이룰 튤립이 시샘이라도 하듯 성큼성큼 자라나고 있다. 활짝 핀 동백꽃 뒤로 푸른 바다와 거제섬의 절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외도관광의 하이라이트인 비너스가든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외도에서 유일한 평지이다. 원래 초등학교 분교 운동장이었다. 영국 버킹검 궁전의 후정(後庭)을 모티브로 삼았다. 여기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석상을 세웠다. 영국과 지중해 향취가 물씬 나는 이 곳에 도착하면 관광객들의 탄성이 절로 나온다.

외도가 해상농원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76년이지만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은 1995년. 농원으로 개발되기까지 사연도 많다.

69년 지금은 작고한 이창호씨가 바다낚시를 갔다가 풍랑을 만나 외도에 잠시 머무른 것이 인연이 됐다. 당시 이 곳에 거주하던 원주민은 8가구 30여명. 이중 2명이 고기잡이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자 남은 주민들도 섬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씨는 버려진 외도를 매입, 밀감농장, 돼지사육 등을 시작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8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76년 관광농원으로 허가를 받고, 5만평을 개간했습니다. 수목원, 동백나무, 아열대선인장, 코코아야자수 등을 심은 지 20년 만에 비로소 결실을 얻은 셈이죠." 원주민으로서 이씨와 함께 초창기부터 섬개발에 참여한 외도해상농원 강수일(61) 이사의 회고담이다.

지난 해 태풍 매미의 여파로 편백나무로 조성된 '천국의계단' 등 일부가 훼손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풍이전 상태로 모두 복구돼 외도의 절경을 감상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섬 정상부근에 설치된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외도의 모습도 일품이다. 섬 사방으로 바다가 배경으로 들어온다. 해금강은 물론, 멀리 일본의 대마도가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망원경을 들이대면 사람들의 모습까지 보일 정도이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를 실감케한다. 전망대옆에 조성된 커피숍에서 한잔의 커피를 음미한다. 시간이 그대로 멎어버렸다. 외도해상농원 (031)717-2000

/외도(거제)=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거제로 가는 길은 만만하지 않다. 우선 경부고속도로에서 대전-진주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진주까지 온 뒤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해 사천IC로 나온다. 사천에서 3번 국도와 33번 국도를 차례로 지난 뒤 고성을 거쳐 통영시내로 들어간다. 유람선 선착장은 통영에서 다시 신거제대교나 거제대교를 지나 1시간 가량 더 가야한다. 2007년 완공 예정인 진주-통영간 고속도로공사가 마무리되면 교통사정은 다소 나아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이 보다 빠른 방법이 없다.

서울 남부터미널(02-521-8550)에서 고속버스를 타면 장승포터미널에 도착한다. 7시간. 열차로는 서울에서 부산이나 마산으로 간 뒤 다시 거제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부산항(051-469-5994)에서 1시간 간격으로 운항하는 장승포행 쾌속선을 타면 45분만에 도착할 수 있다.

외도-해금강코스의 요금은 도선료(1만2,000원), 국립공원입장료(1,600원), 외도 입장료(5,000원)를 합쳐 1만8,600원이다.

대형 숙박시설이 많지 않은 대신 해수욕장 인근에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애드미랄관광호텔(055-687-3761), 거제관광호텔(632-7002), 오아시스호텔(636-8900), 몽돌비치호텔(635-8883) 등 규모가 큰 호텔은 5만원∼9만원선. 화이트캐슬모텔(638-0089), 신세계모텔(638-1267), 두리모텔(633-9061) 등 모텔은 3만5,000원∼4만원, 성림장여관(636-2971), 태화장여관(632-6622) 등 장급 여관은 2만5,000원∼3만원선이다.

뚜렷하게 내세울 향토음식은 없다. 대신 바닷가 인근 대다수 음식점에서 회와 전복죽, 회덮밥 등을 즐길 수 있다. 전복죽은 1만5,000원, 회덮밥은 1만원. 다소 비싸지만 싱싱한 횟감을 사용하기 때문에 먹을 만하다.

/한창만기자

거제는 섬의 도시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해수욕장과 포구도 좋지만 거제 여행은 역시 섬을 보는 맛이 제격이다. 거제시에 속하는 섬만 60여개.

거제의 섬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한려는 통영의 한산도와 전남 여수 사이에 위치한 섬들이라는 데서 따온 것이다. 이 말에 따르면 거제는 한려수도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려수도는 거제의 섬을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거제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섬은 역시 해금강(海金剛)이다.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 해금강마을에서 남쪽으로 500m 떨어진 바다 위에 있다. 1971년 명승2호로 지정됐다. 명승 1호는 강원 강릉시 명주군 삼산리에 있는 소금강이다. 이 역시 금강산 만큼 아름답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해금강은 칡뿌리가 뻗어내린 형상이라고 해서 원래 이름은 칡섬 혹은 갈도(葛島)였다. 그러나 빼어난 경치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던지, 누군가 해금강이라고 불렀고 이젠 그 이름이 정착돼, 갈도라는 명칭은 아예 사라졌다.

이전에는 섬위에 많은 약초들이 자랐다고 한다. 중국까지 소문이 났다 보다. 서불이라는 사람이 진시황의 명에 따라 동남동녀 3,000명을 거느리고 불로장생초를 구하기 위해 이 곳을 찾았으나 헛탕을 쳤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서불이 이 곳을 지나갔다는 뜻의 '서불과차'라는 글을 제주 서귀포 정방폭포와 이 곳에 새겼다고 하나 지금은 그 글을 찾을 수는 없다.

해금강은 배를 타고 둘러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섬으로 접근하면 7∼8m 가량의 유람선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틈이 드러난다. 그 사이로 배가 들어간다. 다시 양쪽으로 섬이 갈라져있다. 섬 내부에 사거리처럼 길이 나있다. 해발 100m가 넘는 바위 섬에 갈라진 네갈래 물길이 마치 동굴같다고 해서 십자동굴이라고 불린다.

동굴속으로 전진한 배는 90도 좌회전한 뒤 후진으로 동굴을 빠져나온다. 환상적인 항해사의 운전솜씨에 관광객들의 박수가 이어진다.

섬 끝자락에 서있는 촛대바위, 사자바위 등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오묘한 바위들이 나타난다. 섬을 한 바퀴 돌고 나면 해금강이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가 쉽게 이해된다.

대·소병대도는 거제 여차몽돌해수욕장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명사해수욕장 쪽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다도해를 일컫는다.

왼편으로 10여개의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데 이를 통틀어 대병대도라고 부른다. 다시 오른편으로 보이는 10여개의 섬들은 소병대도와 어유도이다. 소병대도 뒤로 소매물도와 대매물도의 전경도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섬 전경을 볼 수 있다니. 섬 뒤로 해가 떨어지면 군도(群島)는 붉은 빛을 머금은 채 뜨겁게 달아오른다. 감동도 함께 달아오른다.

거제 동쪽 장승포항에서 5㎞ 가량 동남쪽에 위치한 지심도는 동백이 많다고 해서 동백섬이라고 불린다. 동백섬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워낙 숲이 우거져 숲이 바다위에 떠있는 형상이다. 섬에 10여세대의 주민들이 살고 있어 장승포항에서 하루 3편 배가 오간다. 음력 2월을 뜻하는 영등(靈登)철을 맞아 강태공들의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

구조라해수?%6욕장 정면에 떠있는 윤돌도 역시 동백과 후박나무 등으로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곳이다. 이 섬은 썰물 때면 바닷물이 갈라지면서 거제 본섬과 연결된다.

윤씨형제가 엄동설한에도 어머니가 신발을 벗지 않고 섬을 걸어서 나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전설에서 윤돌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거제=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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