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학금 2,000만원 쾌척 고대 앞 "영철버거" 이영철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학금 2,000만원 쾌척 고대 앞 "영철버거" 이영철씨

입력
2004.02.18 00:00
0 0

"학생들 덕분에 일어 섰으니 학생들에게 되돌려 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고려대 앞 노점에서 1,000원짜리 햄버거(일명 영철버거)를 팔아 '명물'이 된 이영철(36)씨가 17일 햄버거를 팔아 모은 돈 2,000만원을 고려대에 장학금으로 쾌척했다. 학교측은 이 장학금에 '영철 스트리트 버거 장학금'이라는 이름을 붙여 학생 10명에게 20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이씨가 고려대 앞으로 손수레를 끌고 나선 것은 1999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11살때 아버지를 잃고 무작정 상경한 이씨는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탓에 중국집 배달, 식당 주방일 등을 하다 막노동 현장에서 사고를 당해 허리를 다쳤다.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된 이씨는 떡볶이 노점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패였다. 이씨의 수중에 있던 전 재산은 2만2,000원. 이씨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햄버거 노점으로 업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이씨는 '영철 스트리트 버거'를 만들기 위해 매일 아침 시장에 가서 싱싱한 야채를 사왔다. 재료는 제일 좋은 것만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학생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감안, 1,000원으로 정했다. 음료수는 무료로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밤늦게 공부를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을 위해 새벽 2시까지 문을 열었다. 여기에 학생들의 '인생 상담역'이 돼줄 정도로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져 이씨는 곧 고려대 앞의 명물이 됐다. 이씨가 요즘 파는 햄버거는 하루 평균 2,000여개. '영철 스트리트 버거'라는 이름의 프랜차이즈를 내 분점만도 40여개나 된다.

그러나 이씨의 살림살이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아직 집도 없어 고려대 인근의 처가에서 살고 있다. 노점을 걷고 상가에 입주한 것도 지난해 9월이었다. 하지만 이씨는 행복하다. 이씨는 "햄버거를 판 것이 아떪灸? 행복을 팔았고, 그 덕에 학생들이라는 선물을 얻었다"고 말한다. 졸업식을 마친 고려대 학생이 학사모를 씌워주며 같이 사진 찍자고 할 때, 학생들이 신입생을 인사시켜준다며 일부러 가게를 들를 때 이씨의 마음은 뿌듯해진다.

이씨는 그동안 학비가 없어 고생하는 학생을 보면 용돈을 쥐어주기도 하고 컴퓨터가 없는 학생에게 중고 노트북 컴퓨터를 사주기도 했다.

이씨가 자신에게는 큰 돈인 2,000만원을 선뜻 내놓은 것도 그동안 고려대 학생들과 쌓아올린 친분 때문이다. 이씨는 "불황이 길어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며 "나처럼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